우리은행이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냈다.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이미 1호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 중 한 곳이다. 그러다보니 제 4인터넷 은행 참여가 중복투자 아니냐는 논란도 적지 않다. 이에 우리은행은 “디지털 금융을 가속화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하고 있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LOI)를 전달했다. KCD는 전국 140만 소상공인 사업자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로 제공하는 업체. 이를 토대로 소상공인 중심의 은행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소상공인이 주고객인 인터넷 은행…리스크 관리·차별화 관건
우리은행의 제 4 인터넷은행 참여가 무리한 투자가 되지 않으려면 차별화 포인트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출범 초기 케이뱅크의 부침을 보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안착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겪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제4인터넷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컨소시엄 대부분이 소상공인 등 금융이력 부족자(씬파일러, Thin-filer) 특화 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어 수익 창출은 차치하고 건전성 관리 등에서 위험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진용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 관련 은행은 리스크도 크고 은행업 영위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별 기업에 대해 완전히 내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같이 하는 관계형 은행으로 포지셔닝을 하면 새로운 고객층, 새로운 상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은행이 지분 참여를 할 수 있는 최대치는 10%다. 현 은행법상 동일인 지분 소유는 10%까지 가능하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지분을 각각 4.88%, 9.26%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2.58%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따른 특수한 경우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았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로 했다. 다른 은행들과 다른 부분이다.
이번 컨소시엄 참여도 비슷한 유형이 될거란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인가 획득 후 자본확충이 필요해지면 케이뱅크때와 마찬가지로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 경영 참여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우리은행의 관심은 인터넷은행을 통해 오프라인 영업과 온라인 영업의 시너지”라며 “기업대출 영업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중소서민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직접 영업하게 되면 BIS자기자본 비율 등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받지만 인터넷은행을 통한다면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고객 확보가 가능해진다”며 “이번 컨소시엄 참여는 이미 기존 인터넷은행 지분을 가진 우리은행이 참여해 설립 명분을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공개 앞둔 케이뱅크, 이익 극대화·새 인뱅 갈아타기 동시에
눈여겨봐야 할 점은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이 경우 케이뱅크 보유 지분을 일부 혹은 모두 처분해 일회성 수익 증가 효과를 꾀할 수도 있다.
케이뱅크 상장시 우리은행이 보유한 케이뱅크 주식은 장부가격 차액만큼 매매이익이 된다. 실제 주식을 팔지 않아도 회계상 당기순이익에 포함되는 것.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주식을 1주당 5000원에 매입해 4만7246주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장부가액은 2362억원이다.
지난 2021년 케이뱅크가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우리은행도 700억원의 회계상 이익(간주처분이익)을 거둔 바 있다. 이 덕분에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출범 직후 적자를 일부 만회했다.
다만 주가 상승세까지 이익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분법이익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으로 선회해야 하는데, 이 경우 케이뱅크에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등, 경영 활동은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KT와 BC카드. 우리은행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당기순이익 1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일회성 이익을 위해 투자 목적 변경은 물론, 주식 처분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은행별 실적을 보면 우리은행은 특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조491억원, 1조3215억원, 1조340억원, 82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1조 클럽에 가뿐히 진입했다. 이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당 부채 반영에 순익이 급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이 극복해야 할 격차는 더 커진다.
이 전략은 검증된 사례다. 실제 지난 2022년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주식 약 3810만주(8.00%) 중 1476만주(3.10%)를 2만8704원에 팔아 4237억원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 4 인터넷 은행 인가와 관련, “사업계획이나 자본력, 사업모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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