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위축되면 국가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 반도체 관련 주요 사업과 효과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지원하겠다.”
고동진 국민의힘 서울 강남병 당선자는 1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 당선자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에서 활동하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 당선자는 1984년 삼성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8년간 재직하며 사장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히 폴드폰(접이식 휴대폰) 등 삼성전자 주요 스마트폰 개발을 주도하며 ‘갤럭시 신화’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전략공천으로 여의도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답게 1호 법안은 ‘반도체 특별지원법’을 꼽았다. 다음은 고 당선자와 일문일답한 내용.
-갤럭시 신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 신화가 가능하게 했던 습관이나 비법 같은 것이 있을까.
“목표로 정한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남들보다 2~3배 노력했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항상 오픈 마인드로 책임감 있게 직원들을 대했고 신뢰했다. 임직원들이 없으면 제품, 기술,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 그들이 잘해주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결과다.”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해 10~11월경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사퇴 후 지도부 공백이 생겼을 당시 조직부총장을 맡았던 배현진 의원이 집으로 찾아와 정치를 해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결정적인 것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화였다. 비대위 체제가 되면서 한 전 위원장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와 전화로 청년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최대 2000명의 청년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삼성전자 고문 시절 회사를 떠나게 되면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능을 기부하고 청년들을 위한 멘트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주민들이 선택해준 결과다. 서울 강남병 지역구가 생기고 세 번째 선거다. 강남은 보수텃밭이라고 하지 않는가. 득표율이 상승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주민들이 걸고 있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거 전후 주민들과 만나면서 따끔한 충고를 듣기도 했다. 정쟁을 그만하고 지역 현안에 집중하라는 말들이 가장 많았다.”
-청년 문제와 관련해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해결책이 있다면.
“저출산, 결혼, 직업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와 반도체특별법 제정이라고 생각했다. 산업이 흔들릴 때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계층은 청년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울 수 있는 재정이 없다. 반도체 산업 부진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 보너스 0%를 기록했을 때 상당히 타격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업이 위축되면 인력을 뽑을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하고 매출이 나오면 국가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최우선 과제는 청년들의 가치관과 열정을 되살리는 일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매월 청년들을 만나겠다는 계획을 목표로 세웠다. 오는 26일 청년들과 첫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형국이다. 여권 당선자로서 각오가 있다면. 담당하고 싶은 상임위가 있다면.
“산자중기위를 신청했다. 주변에서도 많이 권했다. 기회가 된다면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일해보고 싶다. 해외 인맥은 물론 외국 기업과 관계를 이용해 국익에 도움일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야당을 설득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한 달 여 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삼성전자 사장단과 전화통화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정책) 관련 팩트체크를 끝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업들에 RE100을 언제 실천할 거냐고 묻는데 이는 국가가 나서야 하는 문제다. 산업 정책에 정쟁적 요소가 가미되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CFE(탄소배출제로에너지)를 제시했는데.
“민주당이 탄소중립 시대 대응 방안으로 주장하는 RE100과 달리 CFE에는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해 풍력, 태양광, 수소에너지가 들어간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다. 용인, 평택, 화성, 이천 등 지역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SMR 중심으로 원전산업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SMR을 안정화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에너지를 병행 처리하는 방법이 아이디어로 제시됐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정부에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효과가 있을까.
“100%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무조건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일본은 지난 2월 구마모토에 TSMC 공장을 지을 때 5년 걸릴 일을 28개월 만에 끝냈다. 투자비 50%를 일본 정부가 부담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인력, 수력, 전력의 싸움이자 ‘쩐의 전쟁’이다. 소부장 기업에 R&D 비용을 지원해주면서 대기업과 공동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또 전대룰 당원투표 100% 방식에 대해 수도권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나오는데, 당선자 생각은 어떤가.
“외연 확장 차원에서 국민들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심(당원들 마음)이다. 당원들 의견이 무조건 1순위가 되어야 한다. 당대표 경선룰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는 다소 위험해 보인다. 국민의힘의 가치를 싫어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분들이 합의를 통해 조절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한 전 위원장 ‘전대출마설’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10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다. 본인이 하고 싶어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도 아니다. 100일은 (책임을) 묻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100% 자유롭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그래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대 출마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만 한동훈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선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선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기가 참 어렵다. 공천 잡음이 있었지만 한 전 위원장이 입당하기 전부터 이미 공천은 상당수 결정된 상태였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건은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민주당은 아무 것도 아닌 문제를 정쟁 프레임으로 걸고 넘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렇게 하면 표는 얻을 수 있겠지만 국민들 마음에 각인되는 정치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얼마나 많이 특검을 거론했는가.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시키는 게 선거의 로드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게 과연 민생을 위한 법일까. 13조원이라는 국가 빚이 생기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군인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당선자 회동을 했는데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가.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선출 이야기를 하셨는데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자가 될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검찰총장 시절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한테 고초를 겪었던 때를 떠올리며 ‘굉장히 의외’라고 하셨다.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여당이 설 수 있게 도울 테니 기죽지 말고 여러분도 하나가 되어서 난국을 잘 해결하자’는 말씀을 하셨다.”
-‘대통령 거부권이나 예산편성권을 적극 활용하라’고 했다는 모 언론매체 단독 보도가 있는데.
“거부권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지원할 테니 당신들도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총선 참패 이후 기죽지 말라고 용기를 주는 말씀을 하셨다.”
-마지막으로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에너지가 생긴다. 피곤하다는 생각이 안 들고 기분이 좋다. 아무리 회기가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후원회 사무실에 들를 것이다. 주민들 안부를 묻고 손을 잡아드리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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