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791조원 넘는 매출을 일으키고 49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호실적 온기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각국 증시는 사상 최고 주가지수를 경신하고 있는데 한국 증시만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국내 상장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1분기 실적 통계에 따르면 연결기준(코스피 622개사·코스닥 1150개사) 매출은 791조4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9조1876억원으로 76.4%, 순이익도 38조6190억원으로 80.0% 늘었다.
코스피 622개사 매출은 726조3744억원(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 영업이익은 46조8564억원(84.1% 증가), 순이익은 36조4473억원(91.8% 증가)으로 집계됐다. 17개 업종 중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한 전기·전자와 전기가스업종, 규모가 크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인 서비스, 운수장비 등이 높은 이익률 증가에 기여했다.
코스피 622개사와 따로 집계된 금융업 41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조5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고, 순이익은 10조9029억원으로 7.9% 줄었다. 금융지주와 은행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순이익 면에서 은행을 제외한 금융지주·증권·보험 업종 모두 감소를 나타냈다.
코스닥 1150개사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3312억원, 순이익은 2조1717억원으로 각각 4.0%, 11.2% 감소를 나타냈다. 통신·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500여 개 기업이 속한 IT업종 매출·이익이 늘었지만 약 700개 기업이 속한 제조업종 실적은 대체로 줄었다.
실적은 양호했지만 증시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일 코스피 종가는 2742.14로 1분기 실적 시즌이 끝나도록 올해 고점(3월 26일 2757.09)을 넘기지 못했다. 코스닥도 847.08에 거래를 마쳐 올해 고점인 916.09보다 69포인트나 빠졌다.
지난 18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주가지수, 미국 다우존스산업 및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유럽 유로스톡스 600, 프랑스 CAC 40, 영국 FTSE 100, 독일 DAX가 최근 최고치를 새로 썼다. 캐나다, 호주, 일본, 인도 증시도 연일 강세다. 한국 증시만 제자리에 멈춰선 것이다.
증권가는 우리 증시만 멈춰선 이유로 ‘쏠림’을 지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업종 주가가 상승했고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 이후 자동차와 금융업종 주가가 상승했지만 소수 대형주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다.
증권가는 이번 주 미국 AI 반도체 주도주인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국내 증시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사 다수가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며 성장성을 입증해야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로 코스피는 이익 전망 변화에 민감해졌다”며 “기업 이익의 중요성이 부각돼 반도체를 포함한 IT 같은 이익 개선 업종이나 종목은 어떤 형태로든 투자자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시즌 동안 이뤄진 선행 주당순이익(EPS)과 순이익 전망 상향 조정은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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