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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가 실질금리 하락의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됐던 저금리·저물가 흐름이 코로나19 이후 고물가·고금리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해당 연구대로라면 다시 상대적인 저금리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만큼 이에 따른 영향도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2024 BOK 국제 컨퍼런스’ 발표 논문 ‘주요국의 장기간에 걸친 인구통계학과 실질금리’에 따르면 노동인구 증가율이 낮고 부양비가 높은 ‘고령 국가’의 실질금리는 노동인구가 많고 부양비가 적은 ‘젊은 국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실질금리는 물가를 감안한 금리를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과 2020년 비교 시 고령 국가는 실질금리가 각각 3.56%, 2.19%였다. 반면 젊은 국가는 7%와 4.15%였다. 같은 기간 글로벌 경제는 5.28%에서 3.10%로 움직였다. 실질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청년 근로자 비율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분석이다.
청년 근로자가 적은 고령 국가의 경우 역동성이 떨어져 젊은 국가보다 실질금리가 낮은 구간에서 형성된다. 고령 국가에서 노동력 증가율과 성장률이 둔화한다는 것은 부채가 늘어나고 자산이 안정화돼 투자와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은퇴 기간은 길어지고 가계는 저축을 늘린다. 소비와 투자에 돈을 쏟기보다는 노후를 대비해 돈을 계속 묻어두는 ‘자산 잠김’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반적으로 고령 국가와 젊은 국가 모두 실질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높을수록 대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 글로벌 금리 결정 요인이 한 국가의 실질금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국가 간 자본의 개방 정도가 줄면서 금리 결정에 있어 대내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며 인구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진국 경제는 빠르게 고령화하는 추세다. 유엔(UN)에 따르면 1960~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9개국 20세의 평균 기대수명은 53.4년에서 62.6년로 9년가량 증가했다. 65세의 기대수명도 같은 기간 14.2년에서 20.2년으로 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7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46.1%로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고령화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 요인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정기예금을 비롯해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데다 노후 대비용으로 주식 같은 투자 상품 비중이 낮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고 자산 증식도 어렵다. 지금도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12개월 최고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같은 3.5% 수준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령화가 금리 하락에 핵심 요인이라는 것은 중립금리 논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에 다시 저금리가 올 수 있다는 뜻인데 전반적인 논의 과정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30일부터 31일까지 ‘중립금리의 진화와 글로벌 경제에 대한 함의’를 주제로 글로벌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고령화 같은 인구 요인이 실질금리 하락의 큰 동인이고 이것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통화정책의 기반이 되는 중립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미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존 윌리엄스는 코로나19 이후 중립금리가 다소 높아졌으나 결국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은의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 논문이 논의된다는 것은 중립금리와 실질금리의 향방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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