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환경·에너지사업의 외형 확대에 주력해 온 SK에코플랜트가 국내외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에 힘입어 신규 플랜트 공정 수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랜트 사업을 통한 솔루션 부문에서의 중장기 매출 확대로, 향후 기업공개(IPO) 추진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SK하이닉스가 발표한 반도체 시설 투자와 관련해 잠재적 수주 물량를 위한 준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상 착공 시점에 맞춰 사전 기반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해외 사업의 경우 발주처가 원하는 시점에 따라 공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관련 사업부에서 SK하이닉스 측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인디애나주에 모두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미국 생산 기지 착공은 내년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지 정부와의 협의에 따라 소폭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올해와 내년 치 고대역폭 메모리(HBM) 물량이 모두 소진된 만큼 빠른 패키징 물량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발주하는 반도체 공장 증설 사업은 기술적으로도 그간 발주와 연속성이 있는 사업으로, 최근 발표한 사업에 대해서도 수주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며 “향후 구체적인 발주 내용과 계획에 따라 비자 및 현지와의 협의 등 행정적 절차는 물론 인력 배치에도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이사회에서 충북 청주시의 신규 반도체 공장인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팹(Fab) 건설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할 것도 확정지은 바 있다. 현지 업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사업 재개를 결정함에 따라, SK에코플랜트도 수주일 전 사전 작업을 준비해 지난달 말부터 다시 본격적인 공사를 재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발표한 D램·패키징 증설 투자 계획은 SK에코플랜트에 직접적 수혜로 반영될 전망이다. 주력인 D램은 물론 경쟁사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HBM 생산을 위한 패키징 증설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기술 보안을 위해서라도 SK에코플랜트가 관련 수주를 맡게 될 것이 사실상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의 향후 솔루션 부문 매출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규모 반도체 설비를 늘리면서, SK에코플랜트도 플랜트 사업의 매출을 확대해 온 바 있다.
SK에코플랜트의 2020년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솔루션 부문 중 플랜트 사업의 매출액만 전체 매출액의 48%인 약 3조4260억원에 달했다. 2021년 역시 2조3069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40%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솔루션 부문을 모두 합치면 전체 매출의 86%(약 5조3555억원)에 달한다.
환경서비스·에너지 사업 비중 확대로 2023년에는 솔루션 매출 비중이 66%로 축소됐지만,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이어지며 매출 규모와 비중 모두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에코플랜트도 자체 실적 전망에서 올해 솔루션 부문의 경우,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시장)향 매출 증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망은 현재 SK에코플랜트가 공을 들이고 있는 IPO 추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환경·에너지사업으로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솔루션 매출 확대가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2년 1조 중반을 넘겼던 SK에코플랜트의 매출채권 및 미수금은 지난해 SK하이닉스 등을 통한 공사비 회수로 1조원대 초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향후 매출이나 수익에서 IPO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외부에서 판단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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