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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환차손 3000억…’외화 리스크’ 커지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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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환차손 3000억…'외화 리스크' 커지는 은행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은행들의 외환 운용 실적이 적자의 늪에 빠졌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앞으로도 환율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은행의 외환거래 손실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외환거래 손실은 총 3016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1분기(975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외환거래 손익은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과 부채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한 외화 환산 손실과 외환 트레이딩 과정의 손익 등을 합한 값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분기에만 3500억 원 손실을 기록해 규모가 가장 컸다. 국민은행도 772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254억 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를 간신히 면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외환거래 실적이 올 1분기 각각 878억 원, 396억 원으로 직전 연도 1014억 원, 714억 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올 들어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차손이 불어난 것이 손실이 커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의 외화 채권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일회성 손실로 반영되는 환차손이 발생한다. 환율이 급등할 경우 외화 부채와 자산 사이의 갭이 커지면서 손실 규모도 늘어나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통상 외화 조달 목적으로 외화 자산보다 외화 부채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환 헤지를 하고 있음에도 올해 환율 상승 폭이 커 외화 부채가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올해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299.0원으로 장을 마치며 1300원을 밑돌았지만 최근 1370~1390원을 오르내리며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1393.5원까지 올라 14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문제는 당분간 강 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추가 환차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으로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중동의 불확실성은 달러화의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원화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중동 위기에 유가가 덩달아 치솟아 환율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외환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기준금리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안화 가치, 미국 국채 수급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만큼 향후 환율 변동성이 상·하방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어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시점에서는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것보다는 리스크를 적절히 평가해 환율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1300원대의 유례없는 환율이 뉴노멀이 되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의 환 헤지 방법을 다각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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