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종교계 주요 지도자와 잇따라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불교와 천주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황 위원장은 ‘협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황 위원장이 종교계 지도자들로부터 조언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로 보인다.
황 위원장은 20일 오후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각각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황 위원장은 ‘협치 정신’을 언급하는 한편, 종교계 목소리도 귀 기울였다.
황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우스님을 만나 “정계에도 역시 자비·광명의 정신이 아주 중요하다. 저희가 사실 겉으로 싸워도 속은 따뜻한 같은 마음이어야 나랏일이 잘 흘러간다”며 “큰 걱정을 안 끼치도록 저희가 노력하겠다”고 했다.
진우스님은 “사실 보이지 않는 책임이 저희한테 더 있는 것 같다. 종교인이란 모든 사람이 서로 상생하게, 화합하게 하고 사랑하고 이롭게 만드는 게 우리의 어떻게 보면 의무이자 임무인데 정치에서나 사회적으로 불안한 면들이 많이 노출되는 것은 결국 우리 종교인에게 책임이 있지 않나 싶다”고 화답했다.
이어 “서로 싸움만 하다 보면 옳고 그름이 나중에는 없고, 이전투구가 돼버린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천착돼서 이기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큰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시야를 넓히고 관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만난 자리에서도 “여야가 나뉘었으나 밑바닥에서는 서로 형제애가 자리 잡고 있는데, 저희도 그런 정신이 정치에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며 협치의 정신을 언급했다.
정 대주교는 “어려운 때에 여야와 당을 넘어 모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특별히 힘없는 국민에 귀 기울이는 협치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황 위원장은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저희도 저녁이 있는 정치를 하자, 끝나면 흉금 터놓고 이야기하고, 낮에는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저녁 이후에는 친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점을 언급하며 “아주 도감하고, 국정 운영에 여야는 수레바퀴다. 한쪽만 있을 수 없고, 각자 (지지하는) 국민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각 당이 서로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 대주교는 “오늘(20일) 마침 22대 국회 가톨릭 신자와 함께 미사를 했다. 국민을 좀 더 섬기고 봉사한다는 기본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으로 했는데, 국민의힘 비대위도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황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각각 예방했다. 김 의장은 황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에게도 필요하면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황 위원장에게 “서로 양보하면서도 국민이 원하는 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조금이나마 성취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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