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으나 한동안 공전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핵심 요직인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관례와 협치를 내세우며 ‘여당 몫’이라고 반발하고 있어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원구성 협상에 들어갔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와 상임위원장 구성은 국회의장 선거 후 이틀 이내에 배정하도록 돼 있다.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6월 5일 열리므로, 같은 달 7일까지는 원구성을 마쳐야 하는 셈이다.
다만 원구성을 정해진 기한까지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20일 열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의 오찬 자리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다. 당초 원구성에 대한 의견을 일정부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동은 빈 손으로 끝났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10주기 추모 상영회’ 자리에서 “오늘 오찬 자리는 (의장직을 마무리하는) 김 의장의 소회나 당부의 말씀 정도를 들었다”며 “(원구성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협의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에 “김 의장이 해외 순방에 가있는 동안 추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지 않았나”라며 “그래서 관례적으로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야의 본격적인 협상은 21일 예정된 ‘2+2 회동’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양측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난다. 다만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견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다시 심사해 국회 본회의로 올리는 권한이 있어 ‘입법 최종 관문’으로 불린다. 법사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로 올리는 걸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운영위는 기본적으로 국회 운영에 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곳이지만,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이 운영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각종 현안에 대해 대통령실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통상 원내 제2당이 맡았고 운영위원장은 여당 몫이었다는 관례를 내세워 두 자리 모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21대 국회에서 여당 법사위원장이 계류시킨 법안들이 몇 건이나 되느냐”며 “약 1700건에 이른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민생 법안이 죄다 폐기될 판인데, 우리가 어떻게 여당에 법사위원장을 맡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피감하는 운영위원장도 집권 여당이 맡게 되면 일종의 이해충돌 문제가 된다”며 “대통령실 논란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할 수도 있지 않으냐. 대통령실 견제를 위해선 야당이 운영위원장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다수 의석을 가졌다고 하지만 여당 입장은 생각도 않고 모든 요직을 독차지 하려는 것은 국회에서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법사위원장이나 운영위원장 자리 중 최소한 하나는 야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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