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 갭투자가 다시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5000만원 이하 소액 갭투자 거래도 더러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활발한 지역 상위 10곳 중 7곳이 수도권 소재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갭투자 거래가 많이 된 지역은 경기 화성으로 100건이나 거래됐다. 경기 수원 영통구 역시 73건 거래되면서 전국 2위에 올랐다. 이어 충남 천안 서북구(72건), 경남 김해(69건), 인천 서구(6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갭투자가 다시 늘어난 데에는 전셋값 상승에 따라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가 좁혀진 데 따른 것이다. 투자자들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월 셋째 주 기준 52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갭투자가 활발한 지역은 매매 가격과 전셋값의 차이가 4000만원 미만인 거래도 일어나고 있다. 화성 병점동 느치미마을주공2단지 전용면적 59㎡는 지난 3월 2억9800만원에 매매된 뒤 2억682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 2980만원의 비용으로 아파트를 매수했다.
경기 수원 영통구 매탄동 성일아파트 전용면적 49㎡는 지난 2월 2억1400만원에 매매 후 얼마 뒤 1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갭 3400만원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인천 서구 연희동 우성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3월 2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 후 같은 날 2억5000만원에 전세가 계약돼 매매 가격과 전셋값의 차이가 0원으로 계약됐다.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갭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매매 가격 9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6억5000만원으로 매매가와 차이가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전용면적 59㎡ 이하의 소형 갭투자가 늘어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매매와 전세의 가격 차가 일시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형 전세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셋값 상승에 따른 매매가 상승 역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전셋값이 올라가면 갭투자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서울 입주물량도 줄어들고 있는 데다 다세대 등 빌라 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몰리는 영향도 있어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소형 평형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갭투자 수요가 당장은 못 들어가니 전세를 끼고 사 놓고 월세를 사는 형태의 투자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면서 “이들은 실질적으로는 실수요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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