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며 차주의 이자 부담이 늘어가는 탓이다. 특히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20일 한국은행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2월 국내은행 기준 전국 주담대 연체율은 0.27%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21년 2월 0.14%와 비교하면 2배가량 상승했다. 특히 지역별로 연체율 상승이 눈에 띄는 곳은 서울시와 세종시였다.
올 2월 서울지역 주담대 연체율은 0.33%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2021년 2월 0.12%와 비교하면 2.8배가 됐다. 서울지역 주담대 연체율이 처음부터 가장 높았던 것은 아니다. 3년 전만 해도 전국 시도 중 9번째 낮은 수준이었으나 연체율이 꾸준히 늘었다. 아울러 같은 기간 세종지역의 주담대 연체율은 0.02%에서 0.11%로 5.5배까지 뛰었다.
주담대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먼저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에서 찾을 수 있다.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통해 집을 매수한 집주인들이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과 세종지역 주담대 연체율이 높아진 것은 이 지역 집값이 비싼 데다가, 등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0년 초 8억원대 중후반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2022년 13억원 언저리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1억원대 후반을 유지 중이다. 세종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2020년 초 3억원대 초반이었으나 최대 6억6000만원까지 뛰었고 지금은 5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자 부담은 심화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값 상승세도 꺾였다. 일반적으로 이자가 부담되면 집을 팔아 대출을 갚으면 된다. 그러나 집주인들은 비싼 가격에 산 집을 저렴한 가격에 팔려고 하지 않는다.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에 이자를 연체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022~2023년 집값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 무리해서 집을 매수한 사람들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며 “이자를 내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매물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집주인들은 일단 버텨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로 주담대 이자를 연체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주담대 연체율(나이스신용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저축은행 17개사 기준)은 2020년 말 1.3%에서 지난해 말 10.0%로 급등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영업자 경영 환경 악화로 대출 수요가 늘었고, 환경 개선이 지연되면 연체율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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