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책임준공을 약속한 신탁사의 부담이 나날이 커져가면서 부동산신탁업계에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탁사들이 책준형 관리형 토지신탁 수주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급등하고 금리 인하도 뒤로 밀리면서 예상보다 실제 공정률이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고 있어서다. 게다가 책준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의 시공사는 주로 중소 건설사들로,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부도 등으로 인해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는 일까지 빈번해지고 있다.
해당 사업지의 시공사는 시공능력순위(토목건축 기준) 100위권 밖 건설사가 83.8%를 차지하고 있다.
책준형 관리형토지신탁은 시공사의 사정으로 더 이상 공사가 불가능할 경우 신탁사가 책임을 지고 대체 시공사를 구해 사업을 준공시키는 구조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부동산 호황기에 크게 늘어났다.
GS건설은 지난달 말 부산 강서구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1312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금호건설도 지난 2월 경기 수원시의 한 오피스텔 신축사업의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612억원의 PF 대출 채무를 인수했다. 이 외에도 동양이 지난 2월 충북 음성군 물류센터에 대한 1800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까뮤이앤씨도 같은 달 강원 양양군의 생활형숙박시설 채무(402억원)를 인수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11개 건설사의 책임준공약정 금액은 2023년 12월 말 기준 61조원이다. 이 중 손실이 예상되는 잠재 손실 규모는 약 3조 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책임준공은 신탁사도 위협하고 있다.
신탁사 책임준공형 사업장 가운데 23%가 책임준공 기한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건설공제조합은 책준형 신탁이 사라지면서 건설업계가 더욱 위축될 것을 대비해 책임준공 보증상품을 내놨다. 지난해 말 출시된 건설공제조합의 책임준공 보증상품에 30건 이상의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사가 약정한 날까지 책임준공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건설공제조합이 6개월을 더한 기간 내 시공을 완료하고 시공을 다 못했을 경우 미상환 PF 대출 원리금을 보증금액 한도 내에서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총 보증 규모는 1년에 1조원 가량, 3년 간 총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신탁사 책준형 토지신탁 PF 잔액 대비 8분의 1로 크게 못미친다.
한편, 국내 14개 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넘겨 소송에 직면한 사업장 관련 PF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다. 신탁사 14곳의 책준형 관리형토지신탁과 관련한 PF 잔액은 24조 8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4.5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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