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를 중심으로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호조 덕에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지표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주요 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올리고 있고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고용시장도 반등하고 있다.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도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개선세에 5월 제조업 업황이 올해 들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수는 정부의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등 영향으로 뚜렷한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관세청 월간 수출입 현황(확정치)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563억 달러(약 76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월간 수출액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월간 무역수지도 11개월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수출 증가세는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1.3% 끌어올리며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고, 한국은행도 오는 23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눈높이를 2%대 중반으로 높일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제조업 경기를 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10일 업종별 전문가 138명을 상대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5월 제조업 업황 현황 지수는 118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이 125로 전달(113)보다 14포인트(p) 급증한 영향이 컸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185로 전달(174) 대비 11p 오르며 강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보다 업황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수출 증가는 제조업 취업자 수를 대폭 늘리며 고용시장 반등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20만명대를 회복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10만명 늘며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수출 호조세의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가 5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내수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인다고 밝혔지만, 서비스 소비와 설비투자 관련 지표는 부진하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8% 줄었고 설비투자도 6.6% 감소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1분기 GDP 속보치에서도 전 분기보다 0.8% 줄었다.
KDI도 최근 공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주요 내수 지표인 총소비 성장률은 1.7%, 총고정투자는 0.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출 확대에서 기인한 경기 회복세가 내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KDI는 고금리 장기화가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선제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누적된 정책금리의 영향은 올해 소비와 설비투자를 각각 0.4%p, 1.4%p 감소시키면서 내수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내수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