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옛 한전 부지)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lobal Business Complex·이하 GBC)를 새롭게 조성한다. 당초 계획했던 105층짜리 초고층 건물 대신 55층짜리 2개동을 짓는 방안이 이번에 확정됐다. 착공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전망,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19조5000억원을 투자해 GBC 프로젝트를 완성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GBC 디자인 조감도를 20일 공개했다. GBC는 높이 242m, 55층 타워 2개동과 MICE(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vents & Exhibition), 문화∙편의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저층부 4개동 등 총 6개동으로 구축된다.
GBC 디자인은 친환경 건축 기술로 유명한 영국의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맡았다. 대표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는 블룸버그 유럽본사(영국), 애플 파크(미국), 50 허드슨 야드(미국) 등을 만든 건축 거장이다.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의 21대 수상자이기도 하다.
주 업무시설인 타워동 2개 건물은 대각선 방향으로 배치된다. 단지 중앙에는 시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울창한 도심숲이 자리하게 된다. 전시∙컨벤션, 공연장, 판매시설 등 저층부는 도심숲 옆으로 위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타워동을 미래 신사업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구상이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의 사업이 이곳에서 확장할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 전문 컨설턴트 등 입주 기업과 시너지로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저층부는 기존 계획보다 확장된다. 시민들이 더욱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시∙컨벤션 시설은 대규모 국제회의나 행사 등이 열릴 수 있을 만한 규모로 만들어진다. 랜드마크가 될 공연장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첨단 공법 등을 적용해 건설된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9월 당시 한전 부지를 매입할 때까지만 해도 105층(높이 569m)에 이르는 초고층 건물을 세울 계획이었다.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통해 35층 숙박·업무시설 1개동, 저층의 전시·컨벤션·공연장 등을 짓는 방안도 확정했다.
공사는 6년 후인 2020년 5월 시작됐다. 하지만 그사이 공사비가 치솟은 게 문제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결국 기존 초고층 설계안을 전면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올해 2월 105층을 쪼개 55층 2개동을 만드는 계획안을 서울시에 전달했는데, 서울시는 이달 초까지도 원안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당초 서울시는 초고층 GBC를 강남구 랜드마크로 활용해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었다. 코엑스와 서울종합운동장 일대를 MICE 산업 중심지로 만드는 사업이다. 위치나 규모로 봤을 때 현대차그룹이 건설할 GBC가 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번 GBC 조감도는 건물 높이와 디자인 등 기존 건축계획을 손질한다는 내용일 뿐 GBC를 강남구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취지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인허가 제동은 걸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 중으로 인허가 절차를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력 제고 차원에서 대규모 사회경제적 가치를 지닌 프로젝트인 만큼 서울시 등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시행정학회가 추산한 GBC 프로젝트 생산유발 효과는 265조원, 고용유발 효과는 122만명에 이른다. 세수 증가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2030년까지 총 19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누적 기준 5만6000명 가량의 고용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잠실운동장 리모델링 등 공공기여 사업을 서울시의 요구에 맞춰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의 원활한 추진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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