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부동산 시행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시행사들은 정부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인 잣대로 사업성을 갖춘 사업장들을 경‧공매로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새로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현재 양호, 보통, 악화우려 3단계 분류 체계에서 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 4단계로 세분화했다. 이 중 ‘유의’ 등급은 지속적·중대한 애로 요인으로 사업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경우에, ‘부실우려’는 추가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 유의로 분류된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자율 매각을 추진해야 하고, 부실우려 사업장이라면 상각 또는 경·공매에 부쳐야 한다.
시행사들은 특히 브릿지론이나 본PF(인허가 후 공사비를 포함한 사업비 대출)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할 경우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단순히 브릿지론 연장 횟수로 사업성이 낮다고 보고 부실 사업장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 A 시행사는 서울 강남에서 상업시설을 조성하는 PF 사업을 추진하면서 2022년 하반기 초기 토지 매입 단계 대출인 브릿지론을 대주단으로부터 받은 뒤 네 차례 만기를 연장했다. 최근 투자자를 유치해 사업 추진 동력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경‧공매 대상으로 보는 ‘부실우려’ 사업장에 들어간다.
그는 이어 “정부가 각 사업장이 가진 입지, 특성, 사업구조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해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만기 연장 횟수 등 일률적인 기준으로 부실 사업장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B 시행사 대표는 “시행사들은 고금리,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분양 시장 침체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이번 PF 정상화 대책은 사업주체인 시행사를 살리려는 게 아니라 시행사가 스스로 살아남지 못하는 사업장은 경‧공매로 넘겨 가차없이 정리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정부가 은행, 보험업권 등 자금력이 막강한 금융권에 오히려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다음달 은행과 보험사 10곳이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경·공매로 넘어간 PF 사업장에 경락자금대출 및 부실채권(NPL) 매입 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디케이트론 규모는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일부 시행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시장 환경에 치우친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새로운 부동산 개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C 시행사 고위 임원은 “모든 개발사업은 위험성(리스크)를 감수한 것에 대한 성과(리턴)를 얻는 구조인데, 결론적으로 철저한 리스크 대비 없이 개발사업에 나섰다가 여건 악화로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이라며 “정부가 개발사업을 하라고 떠민 것도 아닌데 시행사업 위기를 국민 혈세로 타개하게 해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D 시행사 대표는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또 부동산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 PF 부실 사업장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며 “토지주와 시행사가 개발이익을 공유하고 사업 리스크도 분산하는 새로운 사업 방식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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