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희정 기자]세계경제·문화·외교 중심지인 미국 뉴욕 맨해튼. 그중에서도 뉴욕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핍스 에비뉴(5th Avenue)’에 자리 잡은 KB국민은행 뉴욕지점을 찾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린 날씨에도 타임스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록펠러 센터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서 국민은행 뉴욕지점은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금융(CB) 및 투자금융(IB)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 글로벌 사업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익헌 국민은행 뉴욕지점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말 뉴욕지점 대출자산이 41억달러로 5년 전(4억6000만달러)보다 10배 이상 불어났다”고 강조했다. 이는 리테일(소매금융) 없이 기업대출(Corporate Loan·31.3%)과 IB대출(Syndicated Loan·68.7%)로만 이룬 성과다. 지난해 말 기준 경쟁은행 대출자산은 하나은행 25억달러, 신한은행 14억달러, 우리은행 13억달러에 그친다. CB·IB·자본시장·현장심사가 한 지점에서 이뤄져 타행과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게 뉴욕지점 측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22년 1월 김 지점장 발령과 맞물려 뉴욕지점에 북미심사센터를 신설했다. 이를 계기로 2019년 5월 지점내 개설된 뉴욕IB 유닛(Unit)과 시너지가 한층 확대됐다. IB 유닛(Unit)은 가스화력발전소, 파이프라인, 신재생에너지 등 북미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IB 딜(Deal)을 검토해 투자하는 전담조직이다. IB 유닛에서 소싱한 딜을 북미심사센터에서 빠르게 심사해 자체적인 투자역량을 끌어올렸다. 김 지점장은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미주 사업에 적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속도는 성과를 불렀다. 2022년 7월 IB 유닛이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 터미널(JFK New Terminal 1) 재개발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동주선을 완료했다. MUFG, SMBC, ING은행 등과 함께 주선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총 신디케이션 금액 약 66억달러 중 미화 3억달러를 공동주선했다. 뉴욕 진출 23년, 국민은행이 글로벌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김 지점장이 뉴욕지점의 가장 큰 실적으로 꼽은 일 중 하나다. 이를 계기로 뉴욕지점이 현지 금융시장에서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JFK 국제공항은 미국 최대 규모의 공항 중 하나로 최근 공항시설 노후화와 터미널 부족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21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 그룹과 전략적 투자협약을 맺었고, 이후 국내외 담당 부서가 협업해 투자 기회를 발굴했다.
뉴욕지점은 장기적으로 미국 동남부, 서부, 캐나다지역까지 커버리지를 확대해 비즈니스 영역을 점진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현지 기업 네트워크 확장, 글로벌 IB은행과의 연계 등 주선지위 확보, 우량 글로벌 자산 증대 및 안정적인 장기 수익기반 확대를 목표로 잡고 있다. 한국의 ‘리딩금융그룹’인 KB금융의 존재감을 뉴욕에서도 확실히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김 지점장은 “뉴욕지점은 각 채널별 비즈니스 강화와 심사기능 확대 등 인력과 인프라 재정비가 요구되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며 “무엇보다 미국은 자산 성장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의 요구 수준도 커지기 때문에 지점의 규제 리스크 완화 및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를 위한 지원조직과 인력 확대 등 역량 내재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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