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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목소리 낸 JB금융·DB하이텍…운용사의 표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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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주문했다. 고객의 돈을 받아 대신 운용하는 만큼 수탁자의 역할을 다하고,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맡아달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주주총회부터 투자자가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방식을 개편했다. 비즈워치는 올해 주총에서 운용사가 의결권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해 봤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의 변화를 요구했다.

금융지주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해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JB금융지주를 상대로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고 다수의 이사 후보를 주주제안 했다. 다만 대부분의 국내 자산운용사는 주주제안 사외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반대했다.

DB하이텍 주총에서는 행동주의펀드 KCGI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연대도 이사회 진입을 위한 후보 추천 제안을 냈다. 회사는 이를 막기 위한 ‘꼼수’ 안건을 올렸다. 국내 운용사들은 주주제안 후보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으나 회사가 낸 안건에 대해서는 공통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주제안 후보 찬성에는 인색한 운용사

지난 3월 28일 열린 제11기 JB금융지주 정기주총에서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안건이 주목받았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이 부족하다며 기존 이사회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투자본부 이사,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이사, 백준승 전 BNP파리바 리서치 애널리스트, 김동환 UTC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이사회 후보로 올려달라는 주주제안을 했다.

아울러 기타비상무이사를 2명 선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JB금융지주는 기타비상무이사를 1명만 선임하고 있는데 주주제안 후보인 이남우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올리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JB금융지주 이사회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요구한 사외이사를 모두 추천하면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치고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희승 이사만을 사외이사 후보자에 포함했다.

이 같은 결정에 다른 이사회 후보는 주주제안 안건으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진행하게 됐다.

지난해말 기준 주식형 펀드 운용자산(AUM) 상위 20개사에 속하는 자산운용사 중 JB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한 운용사는 대부분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2024년 자산운용사, 국민연금의 JB금융지주 주주총회 의결권 사용현황

삼성·미래에셋·키움·한국투자·한화자산운용은 이남우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와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표를 주지 않았다. 특히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얼라인파트너스 제안으로 후보에 올라온 이희승 후보에도 표를 불행사하면서 주주제안과 선을 그었다.

미래에셋운용은 주주제안 후보가 장기적인 회사 가치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표를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키움·한국투자·한화운용은 이남우, 김기석 후보에게는 의결권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사회 추천 후보로 올라온 이희승 후보에게는 찬성표를 냈다. 국민연금도 이들 운용사와 똑같이 의결권을 사용했다. 삼성액티브운용은 모든 후보에게 같은 수의 찬성표를 줬다.

반면 VIP운용은 이희승 후보를 포함해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와 김지섭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자에게 표를 줬다. VIP운용은 주요 주주의 비례적인 의견 반영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갖춘 인사에 대해 표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이와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앞선 표결대로 삼성·삼성액티브·키움·한투·한화운용은 이사회 측 감사위원에게 찬성표를 냈다. 다만 미래에셋운용은 사외이사 투표와 다르게 주주제안 측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후보(백준승, 김동환)에게는 표를 줬다.

미래에셋운용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감사위원인 사외이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VIP운용은 이사회 측 감사위원 후보 중 이상복, 박종일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았다. 두 명 후보의 재임 기간이 길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눈에 띄는 점은 주주제안의 당사자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이남우 후보에 대해 의결권을 불행사한 점이다. 이는 집중투표로 진행한 표결에서 전략적으로 한 후보를 밀어줬기 때문이다.

집중투표는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주주에게 투표권을 추가로 주고, 의결권을 1인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JB금융지주 주총에서는 5명의 이사를 선임해야 하므로 보유한 의결권의 5배를 모든 후보자에게 나눠서 사용할 수 있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희승 후보와 김기석 후보에게 찬성표를 나눠줬다.

결과적으로 전략은 성공했다. 이남우 후보 선임 안건은 부결됐으나 이희승 후보와 김기석 후보 선임 안건은 가결됐다. 따라서 정재식 사외이사 후보는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게 됐다.주주제안 막으려할 땐 모두 반대한 운용사

지난 3월 28일 열린 제71기 DB하이텍 정기주총에서도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 안건이 주목받았다.

지난해부터 DB하이텍의 지배구조를 지적해온 KCGI는 올해 주총에서 윤영목 아스텔라비앤씨 대표를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연대도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적극 제시했다. 회사의 정관을 변경해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권한을 새로 만드는 안건을 제시했다. 그리고 안건 통과 즉시 자사주 소각에 결의하는 안건도 제안했다. 아울러 한승엽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를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후보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KCGI와 소액주주연대의 요구에 DB하이텍 이사회는 감사위원 후보를 주주총회 안건에 올렸다. 그러면서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의 수를 ‘4인 이상’에서 ‘4인 이상 8인 이하’로 구성하는 안건을 올렸다. 효율적 경영을 위해 이사의 수를 조정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으나 안건이 통과한다면 KCGI와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기 어렵게 될 수 있었다.

2024년 자산운용사, 국민연금의 DB하이텍 주주총회 의결권 사용현황

이 같은 ‘꼼수’ 안건에 대해 자산운용사와 국민연금은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말 기준 주식형 펀드 AUM 상위 20개사 중 DB하이텍 지분을 보유한 KB·미래에셋·삼성·신한운용과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운용사도 이와 같은 의견에서 안건 통과에 반대하는 데 의결권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운용과 신한운용은 DB하이텍 이사회가 추천한 이상기 사내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안건에도 반대했다. 후보 개인으로는 사내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후보 제한 안건과 비슷한 취지에서 나온 후보이므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자사주 관련 안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래에셋운용과 신한운용은 자사주 관련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으나 삼성운용, KB운용,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냈다.

신한운용은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지속해서 이뤄졌으나 소각은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회사의 자발적인 소각을 유도할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라며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채 유지한다면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안건에 반대한 삼성운용과 KB운용은 주주제안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사회 권한 사항을 주주총회 권한으로도 허용할 정도로 주주가치 제고 기회가 봉쇄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의견은 나뉘었다. KB운용, 미래에셋운용은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 모두를 찬성했다. 두 후보의 결격사유 등 문제점이 없다고 봤다.

신한운용은 소액주주연대 제안 후보만을 찬성했으며 삼성운용은 모두 반대했다.

신한운용은 KCGI가 DB Inc.의 지주회사 전환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윤영목 후보보다 한승엽 후보의 선임이 상대적으로 더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CGI는 DB Inc.에 DB하이텍 주식 250만주를 블록딜해 팔면서 DB Inc.의 DB하이텍 지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삼성운용은 두 사외이사 후보가 전체 주주보다 특정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 대변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반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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