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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석 달째를 맞은 가운데 간호사들이 “더 이상 필요할 때만 쓰고 버려지는 ‘티슈 노동자’로 머물 수 없다”며 현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를 향해 이같이 촉구했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범위, 체계 등에 관한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을 말한다. 간호사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간호법은 작년 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며 입법 속도를 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통과 목전에서 폐기됐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사를 제외한 13개 보건의료직역단체가 “특정 직역의 권리와 이익만을 대변하고 의료시스템에 균열을 초래하는 악법”이라며 반발한 탓이 컸다.
그런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1년만에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심화하자 재발의돼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유의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 관련 3개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단에 제출한 바 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우리 간호사들은 스스로를 티슈 노동자로 부른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지만 필요할 때 쓰고 버려지는 휴지와 같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간협에 따르면 매년 신규 채용되는 간호사 2만 4000여 명 중 절반이 넘는 1만 4000명가량이 1년 이내에 현장을 떠난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면허까지 취득한 직종이 이처럼 높은 이탈률을 보유하는 건 관련 법이 없어 과중한 업무와 불법에 내몰리기 때문이라는 게 협회의 지적이다.
탁 회장은 “21대 국회를 10여일 남긴 오늘까지도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 싸우느라 회의를 소집조차 안 하고 있다”며 “환자를 떠난 의사들과 자신의 정치 싸움을 위해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인이 무엇이 다른지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한민국은 숙련된 간호사가 필요하다”며 “간호법은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쇼를 멈추고 간호법안 제정 약속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탁 회장과 간협 임원들은 이날 회견에 앞서 ‘간호사’라고 쓰인 곽휴지에서 휴지를 한 장씩 뽑아 버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를 겪으며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초 ‘이르면 이달 내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 상임위 개최가 미뤄지며 간호법 제정도 난항을 겪게 됐다.
의사단체를 필두로 한 보건의료직역 단체들의 반대도 여전하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17일 오전 ‘간호법 재발의 저지를 위한 14 보건복지의료연대 결의대회’를 열고 “간호법안은 현행 의료법 체계를 벗어나는 법안으로 타 직역의 업무 영역을 심하게 침해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간호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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