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사업에 자본금 3300억원을 추가 출자한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로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늘어나며 새출발기금 신청자가 급증하자 서둘러 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새출발기금에 33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추가 출자하기로 의결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어 빚을 갚기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22년 10월 도입한 제도다. 총채무액 15억원까지 원금을 최대 80% 감면(취약 계층은 최대 90%)해 주거나, 이자를 낮추고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등의 채무 조정이 지원된다.
새출발기금 신청자는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약 2600명이었던 신청자는 지난 2월 4300명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새출발기금 신청액은 지난달 10조원을 돌파했다. 캠코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 및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신청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새출발기금 신청 자격 요건이 완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은 재난지원금을 수령하는 등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차주(돈 빌린 사람)만 새출발기금 신청이 가능했으나,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기간(2020년 4월~2023년 5월) 중 사업을 한 차주로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새출발기금 잔고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30조원 규모의 부실 채권 정리를 위해선 18조원(원가 60% 매입 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3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지난해까지 캠코가 출자받은 자금은 1조30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소진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7600억원을 추가 지원하려 했으나 예산이 절반 넘게 삭감됐다. 이 때문에 최근 새출발기금 신청 급증세를 고려하면 캠코의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캠코의 자금 조달 규모는 이미 최대치를 기록 중이라는 점이다. 캠코는 올해 1분기 8000억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으며, 2분기엔 9000억원을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한 공사채(1조9750억원)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새출발기금 외에도 캠코가 지원해야 할 사업이 많아지며 필요한 자금이 늘었다. 캠코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부실 차단에도 투입된 상태다. 올해 캠코가 매입해야 할 부실 채권만 최소 3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공사채가 시장에 쏟아질 경우 채권·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량 신용등급(AAA)의 캠코가 채권을 발행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면 은행, 기업 등의 자금 조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없이 캠코가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공사채 발행뿐인데, 물량이 크게 늘 경우 채권 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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