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키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 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산 제품 가격 상승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잇따른다. 미중 무역 갈등이 전쟁에 비유될 만큼 격화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1월 美 대선 앞두고 대중 압박 본격화
최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하며 ‘대중 관세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결단을 내린 데 이어 고율 관세까지 부과하는 등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 압박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부과한 대중 고율 관세와 관련해 심층 검토한 후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 인상 대상은 전기차·배터리·배터리 부품·배터리 광물·반도체 등 중국산 첨단·핵심산업 제품군이다. 이들 규모는 180억 달러로 대중 수입 제품의 약 4% 수준이다.
인상 시기는 대개 올해부터다. 인상 폭은 제품별로 다르나, 최소 2∼4배 가량 상향조정됐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00%로 크게 오른다. 배터리와 배터리용 부품은 7.5%에서 25%로, 배터리용 광물은 0%에서 25%로 각각 인상된다.
중국 정부는 ‘맞보복에 나서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엄정한 교섭을 제기한다”며 “미국은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시장은 미국, 원자재는 중국”…골머리 앓는 K배터리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나오지만 업계 반응 및 전문가 진단은 조심스럽다.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배터리업계가 맞닥뜨릴 위협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광물 및 부품에까지 관세를 높게 책정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 가운데 중국 생산 비중이 지배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배터리 음극재의 필수 광물인 흑연은 글로벌 시장 내 중국의 생산 비중이 80%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 수입 비중은 천연흑연과 인조흑연 모두 95%를 넘었다.
시장(미국)과 원자재(중국) 등 각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로선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중국산 배터리 광물 및 부품 가격 상승→배터리 가격 상승→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기차 수요 자체가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 경우 역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매출 및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선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미국 기업들이 합작회사 형태로 중국서 완성차를 생산하고 있기에 반대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위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일부가 말하는 ‘미중 무역갈등에 의한 반사이익’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시각일 수 있다”며 “향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대중 압박 경쟁’이 보다 격화될 수도 있기에 정부는 최악의 경우까지 예상해 신중한 시각으로 복합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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