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1년째 상승세 지속
전세시장 불안…주택 매수심리도 살아나
“중저가 밀집 지역·급매 위주 갈아타기 수요 증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1년 내내 상승 흐름을 유지하면서 매매시장도 점차 자극을 받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수요자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일주일 전 대비 0.07% 올랐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네 번째로 긴 상승 기간을 유지 중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데는 전세사기 여파로 오피스텔,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옮겨간 데다 신규 입주 물량이 급감해서다. 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부의 저리 정책자금이 풀린 것도 전셋값 상승을 견인했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거란 기대감도 일부 작용했다.
특히 임대차 2법 시행 4년째에 접어드는 오는 7월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매물이 시장에 점차 풀릴 예정이다. 집주인들이 지난 4년간 올려받지 못한 임대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려 신규계약에 나설 가능성이 커 전셋값은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다.
통상 전세가격은 매매가격 흐름을 판단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전세시장은 들썩이는 데 반해 매매가격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올랐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53.2%로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전셋값과 매매가격 격차가 줄면 임대차시장에 머물던 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약보합세를 유지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가 나오거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자, 내 집 마련을 미뤄뒀던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8.0으로 한 달 전보다 5.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 99.6으로 100을 하회하던 지수는 올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해당 지수는 ▲95 미만 ‘하강’ ▲95~115 미만 ‘보합’ ▲115 이상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지수가 115를 넘어섰다는 건 서울의 주택 매수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0월(116.0) 이후 6개월 만이다.
실제 매매거래량도 늘었다. 올 1분기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9016건으로 직전 분기(5834건) 대비 54.5% 증가했다.
당분간 전세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전문가들은 매매로 갈아타려는 전세수요 움직임이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셋값은 이미 매매가격에 자극을 주고 있다.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데는 전월세 가격이 영향을 미치는데, 전셋값이 1년 연속 오르면서 추세적 상승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2년 뒤 만기도래 시점에도 전월세 가격이 오를 거란 전망이 커지면서 대출을 받더라도 매매로 갈아타자는 경우들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약시장에선 분양가도 계속 오르다 보니 샌드위치 신세가 된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커지게 된다. 의사결정을 미루더라도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현금 여력이 있거나 소득 수준이 높은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매매 움직임이 한정적이겠지만, 앞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된 곳, 급매물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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