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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이 찾는 양복점···한땀 한땀 제작, 명품 자부심” ‘페르레이’ 손미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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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현 페르레이 대표는 “작은 것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 부분 하나라도 타협하고 소홀히 하면 이는 완성된 옷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객을 위하고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긍심이 있다면 그 옷은 하나의 작품이 된다”며 “노력한 시간이 하나하나 쌓여 실력이 되고 그 분야 최고의 장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르레이 제공
손미현 페르레이 대표는 “작은 것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 부분 하나라도 타협하고 소홀히 하면 이는 완성된 옷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객을 위하고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긍심이 있다면 그 옷은 하나의 작품이 된다”며 “노력한 시간이 하나하나 쌓여 실력이 되고 그 분야 최고의 장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르레이 제공

“2020년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맞춤 양복 소비가 줄었다. 팬데믹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심화에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겹치면서 원단 가격이 치솟아 맞춤 양복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그동안 남성복만 만들던 고정관념을 깨고 2022년 ‘여성 맞춤 정장 진출’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5월 14일 서울 상수역 인근 맞춤 양복 전문점 페르레이(Perlei)에서 만난 손미현 대표는 “팬데믹 이후 양복을 덜 입게 되는 ‘드레스다운(dress down)’ 시대 도래로 돌파구가 필요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여성복 진출 이후 페르레이의 매출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손 대표는 “2023년 매출은 2022년 대비 1.5배가량 늘었고, 2024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비스포크 고집 알아준 윤 대통령 부부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페르레이 맞춤 양복을 입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중요한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 페르레이 맞춤 양복을 입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페르레이 맞춤 양복을 입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중요한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 페르레이 맞춤 양복을 입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페르레이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단골 양복점으로 유명하다. 2022년 5월 윤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은 양복이 페르레이에서 만든 비스포크(Bespoke) 양복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손 대표가 ‘대통령 재단사’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다. 손 대표는 “덩치가 크고 뚱뚱한 체형의 윤 대통령이 날씬하고 세련되면서도 보수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 있도록 디자인 방향을 잡고 양복을 제작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만족해 현재까지 페르레이에서 양복을 제작해 입고 있다. 인터뷰 날도 손 대표는 윤 대통령의 양복을 만들고 있었다.

페르레이의 첫 비스포크 여성복인 ‘오뜨꾸뛰르’의 첫 번째 뮤즈도 김건희 여사였다. 개인 주문에 맞춰 따로 만든다는 뜻의 비스포크 방식은 이미 만들어진 옷의 구성품(라펠, 깃, 팔통 등)들을 접착(본드와 열로 붙여내는 방식)하는 게 아니라, 비접착 방식으로 오직 손바느질로만 옷의 구성품들을 고정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접착력이 약해지지 않아 내구성이 높다. 이 때문에 맞춤 양복점에서 비스포크 방식으로 옷을 만들면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가격도 많이 올라간다. 많은 시중 맞춤 양복점들이 공장형 접착식 생산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이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페르레이는 소량 생산을 하더라도 비스포크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 손 대표는 “양복 한 벌 짓는 데 약 3~4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한 달에 10벌 정도만 주문을 받고 있다”며 “개인 체형에 보다 더 적합하게 제작이 가능한 비스포크 방식만을 고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형에 따라 바지가 원 턱(tuck·바지 앞주름) 보다는 투 턱으로 만드는 게 적합할 때가 있다”며 “예를 들어, 활동성이 강한 윤 대통령의 하의는 특별히 투 턱으로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페르레이의 맞춤 여성 정장 브랜드 ‘오뜨꾸뛰르’. /페르레이 제공
페르레이의 맞춤 여성 정장 브랜드 ‘오뜨꾸뛰르’. /페르레이 제공

◇국내 원단 사용 막혀 ‘한숨’

손 대표는 국내 원단 사용이 막혀 수입 원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업황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2022년 3월 제일모직이 양복 원단 생산을 중단해 지금은 수입 원단을 쓸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제일모직 원단으로 (페르레이에서) 여러 벌 양복을 맞췄을 정도로 제일모직 원단 애용자였는데 이제는 수입 원단으로 제작을 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복 원단의 국산화는 1954년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사람들이 해외에서 비싼 원단을 구해 양복을 해 입는 것을 보고, 국내에 가성비 좋은 원단 공급을 위해 제일모직공업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제일모직 설립 68년 만에 국내 인건비 상승과 직물 매출 감소 여파 등으로 80억원이 넘는 적자가 누적되면서, 2022년 3월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의 직물 사업을 중단했다. 손 대표는 “수입 원단을 쓴 맞춤 양복 가격이 250만원부터 시작한다”며 “수입 원단이 국산 원단보다는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대교체 성공⋯후계 양성 아카데미 운영

페르레이는 세대교체에 성공한 업계에서 보기 드문 테일러(재단사)숍(shop)이다. 페르레이는 35세인 손 대표 외에도 30대 재단사 김남훈(38)씨, 경력 50년이 넘는 ‘마스터 테일러’ 박상학(71)씨가 함께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성복 판매 확대로 맞춤복 수요가 줄면서 젊은 재단사의 신규 유입도 급감했다. 이 때문에 테일러 업계에서 재단사 평균 나이가 60~7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손 대표는 “50년 넘게 갈고 닦은 테일러 장인들의 기술 전수가 끊길 상황에 처했다”며 “우리가 최근 ‘테일러 아카데미’를 열어 후계 양성에 힘을 쏟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일러 기술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하고 싶고, 이를 위해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페르레이가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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