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태양광 기업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권리를 금융권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보조금 제도에 큰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조금 제도 전면 철폐를 강조하는 가운데, 수백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조기현금화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IRA 보조금 권리를 매각하기 시작했으며, SK온, 한화솔루션 등 기업들도 같은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SK온과 한화솔루션은 IRA 생산세액공제(AMPC) 권리를 금융권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책정된 AMPC는 올해 10월에나 지급될 예정인데, 이를 금융권에 할인된 가격에 매각함으로 조기현금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책정된 일부 AMPC 권리 매각에 나섰으며 상반기 중에는 100% 매각을 목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MPC 권리 매각에 나서는 것은 국내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사 퍼스트 솔라(First Solar)는 최대 7억 달러(한화 약 9500억원)에 달하는 AMPC 권리를 파이서브(Fiserv)에 매각하기로 했다. 조기현금화에 따른 할인율은 4%다.
국내 기업들의 AMPC 권리 매각 할인율 역시 4~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지난해 6768억원 규모의 AMPC 권리를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은 최대 338억원 달하는 손해가 발생한다. 6170억원의 AMPC 권리를 확보한 SK온은 308억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수백억대 손해에도 보조금 대상 기업들이 AMPC 권리를 매각하는 이유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변수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 공약으로 보조금 제도 철폐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과 같은 해외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수령하면서 현지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이유 중 하나다.
올해 10월에는 2023년에 책정된 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변수가 큰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 △과도한 초기 투자비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감소 등도 조기현금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이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SK온의 경우는 대선 현안이 아니라도 조기현금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SK온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분기에만 이자비용으로 1780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분기 최대치며 전 분기 대비 33%, 전년 동기 대비 90% 늘어난 수치다. 영업손실은 3315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188.2%다.
한편 내년부터 스텔란티스와 미국 합작공장을 가동할 예정인 삼성SDI는 투자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 삼성SDI가 확보할 AMPC 금액은 4000억원. 2027년에는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선 변수로 인해 보조금 제도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어, 미국 투자 위험요소가 크게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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