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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내년 매출 1000억 원 달성과 흑자 전환을 노린다. 핵심 퍼즐은 유방암 특화 AI 기업인 ‘볼파라’다.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던 루닛은 이달 말 볼파라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다. 올해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만큼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김기환 루닛 최고의학책임자(CMO·전무)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유방암 검진 기관 2000여 곳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분기 흑자를 내고 있는 볼파라와 손을 잡게 돼 양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며 “올해부터 미국 내 병원에서 ‘루닛 인사이트 DBT’의 시범 사업을 개시해 매출을 올리는 등 판매 전략을 짤 것”라고 밝혔다.
루닛 인사이트 DBT는 AI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유방 단층촬영(CT) 영상에서 유방암 의심 부위를 검출하는 솔루션이다.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지 2개월 만에 미국 테네시주 소재 유방 전문 의료기관인 ‘모자이크 브레스트 이미징’(MBI)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판매를 개시했다. 앞으로는 볼파라의 고객사 병원을 중심으로 루닛 인사이트 DBT 영업을 진행하게 된다.
시범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개화 단계인 미국 의료 AI 시장에서 소비자 수요 파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AI 솔루션으로 검진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걸 연구로 증명하는 것은 물론 실제 미국 여성들이 AI 유방암 검출 솔루션에 얼마나 지출할 용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미국에서는 이런 근거를 쌓아 의료 AI 사용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내고 정책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수요가 확인되면 의료 AI 서비스의 보험 제도 진입 등으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루닛의 판단이다. 김 전무는 “미국이 최근 유방암 검진 가이드라인에서 검진 대상 연령군을 50~75세에서 40~75세로 10년을 앞당기는 등 유방암을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라며 “DBT 같은 유방암 검출 시장에 경쟁사가 많은 점이 제도권 진입에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볼파라를 인수하기 전 루닛이 먼저 현지 마케팅 인력을 채용하며 기반을 다졌던 유럽도 핵심 시장 중 하나다. 유방암을 검진할 때 반드시 2명의 의사가 판독하도록 하는 유럽 보건의료제도의 특성이 루닛 등 의료 AI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한 유럽에서는 2명의 의사 중 1명의 역할을 AI가 대체하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됐고 정책적 논의도 시작됐다.
김 전무는 “루닛과 사업 초기부터 연구를 많이 진행했던 스웨덴 세인트고란 병원에서는 ‘의사 2명’ 대신 ‘의사 1명과 AI’가 유방암 검진에 활용되는 등 상징적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사례가 유럽 내에서 많이 회자되고 좋은 레퍼런스로 인용되고 있는 만큼 훨씬 많은 유럽 국가에서 의료 AI를 활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무는 이어 “유럽에서 성장세가 가팔라 올해 유럽·중동 지역 매출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며 “인구가 많은 데다 AI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보험 수가 지급 등 시장 환경이 우호적인 일본에서는 직접 판매를 포함해 어떻게 더 기회를 확장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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