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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 외길 그림자] ‘빈 지갑’에 R&D·반도체 지원 한계…과도한 감세·감면 ‘원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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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점증하는 국가채무를 국가총생산(GDP) 대비 50% 중반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지만 현실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신규 재정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울 정도로 나라 곳간 사정이 녹록지 않은데 지출 구조조정에만 집중하고 있는 탓이다. 

국채 발행 확대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정적이라면 세수 결손의 주요 원인인 과도한 감세나 조세 감면 조치라도 원상 복구하는 등의 근본적인 재원 확보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나랏빚 급증에 R&D·반도체 지원 생색내기 그쳐 

19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중기 계획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 등을 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55.2%다. D2는 국내에서 주로 쓰는 국가채무(D1)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까지 더한 지표다.

GDP 대비 D2 비율은 지난 2021년 51.3%, 2022년 53.8%, 지난해 55.2% 등으로 상승세다. 10년 전인 2013년(37.7%)과 비교하면 17.5%포인트 급등했다. 비기축통화국 중 싱가포르(63.9%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은데 돈 쓸 곳은 점점 더 늘고 있다. 국가 대항전 양상을 띠는 첨단기술 연구개발(R&D)과 반도체 분야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증액하겠다고 공언한다. 다만 올해 R&D 예산이 전년 대비 16.6%(4조6000억원)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10조원 이상의 지원책 추진을 발표했지만 미국·일본과 달리 보조금 지급 안은 제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조금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기재부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 부족 장기화 우려…지출 구조조정만 강조 

윤석열 정부 들어 세수 부족은 만성화 조짐을 보인다. 기재부의 3월 국세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세수는 84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2000억원(2.5%) 줄었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23.1%로 최근 5년 평균(25.9%)보다 2.8%포인트 낮다. 

법인세 급감이 직격탄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인하됐다. 

이에 따라 1분기 누계 법인세 수입은 1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조5000억원 감소했다.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 의무지출 외 재량지출을 통한 신규 재정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자인한다. 최 부총리는 “민생 과제 등에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선 부처별로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부처별 구조조정 실적에 따라 예산상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감세와 조세 감면 등을 철회하는 식으로 세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자 감세를 통한 낙수 효과를 기대했지만 (도리어) 세입 기반만 흔들었다”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적으로 적극적 대처에 나서려면 세원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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