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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나 다음 달 공매도를 일부라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지 7개월 만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진입장벽 제거 요구를 최대한 빨리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콘래드다운타운호텔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뉴욕 투자설명회(IR)’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정부와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면 안 된다는 시장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다음 달 하순 전에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라며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6월에 전면 재개하거나 일부라도 재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 5일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그 기간을 올 6월 30일로 정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를 추가 연장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은 당국이 다음 달 공매도 즉시 전면 재개를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이후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원장은 공매도 재개의 요건이 되는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 구축과 관련해서는 “기술적 제도적 미비점이 있다면 소통하겠다”고 공언했다. 당국은 현재 공매도 잔액을 보고하는 모든 기관투자가의 주문을 이중으로 검증하는 방향으로 NSDS를 준비하고 있다.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차단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며 “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와 함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방안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에 그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법무부 입장에 반대 의견을 낸 셈이다. 이 원장은 “정책적으로 필요하느냐의 문제이지, 법 기술적으로 합당 여부를 논할 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원장은 한계기업 상장사의 증시 퇴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 작업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증시에서 나가는 기업이 거의 없는 환경은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퇴출 지표로 삼을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필요할 경우 좀비기업들은 원칙에 따라 과감하게 상장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정치권 일각의 ‘횡재세’ 도입 논의와 관련해서는 “은행들이 이를 피하는 회계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 환원 압박 활동에 대해서는 “주주 이익을 잘 대변하는 활동은 도울 생각이지만 특정 세력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방안에 대해서는 “1년 반 이상 손실 인식이 이연된 상황이라 이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IR 행사에는 모건스탠리·JP모건·칼라일 등 126개 기관에서 약 200명이 참석해 한국 투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비 슈워츠 칼라일그룹 대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등장, 세계 각국의 규제, 지정학적 위기 등 때문에 한미 협력 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대니얼 심코위츠 모건스탠리 대표는 “한국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하다”고 각각 역설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나 “지난해 런던 IR 행사 때보다 분위기가 더 좋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날 IR에 참석한 외국인 가운데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성 여부와 기업 지배구조, 세제 인센티브 등을 깊게 들여다보는 투자가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행사장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한 글로벌 대형 헤지펀드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참여한 것을 보면 기업들도 프로그램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며 “추가적인 세제 인센티브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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