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 해외직구 금지 조치’를 “과도한 규제”라며 공개 비판했다. 4·10 총선 참패 이후 정책 현안에 대한 첫 입장 발표로 전당대회 출마 ‘몸 풀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1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개인 해외직구 시 KC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 전 위원장이 7월 개최가 유력한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고, 일종의 명분 축적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자신을 겨냥한 ‘총선 패배 책임론’ 극복을 위해 윤석열 정부와 일정 수준 각을 세울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한 전 위원장 외에 차기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일제히 ‘KC 인증 의무화 규제’에 비판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당선자(서울 동작을)는 SNS에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무식한 정책”이라며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원내대표에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대구‧경북(TK)의 추경호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 대표는 수도권 비윤(윤석열)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면서 “잠재적인 당권 주자들의 비윤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KC 인증 의무화 규제’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자 발표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하기로 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정부는 지난 16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제품에 대해 KC 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내용의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 안전을 핑계로 중국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으로부터 국내 인터넷쇼핑업체와 유통업체를 보호하려는 조치인 것 아니냐며 ‘국민 선택권 제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차장은 “조사를 했는데 위해성이 전혀 없거나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 제품에 대한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정부의 확실한 입장은 국민 안전을 미리 지키고 알려드리기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시작해 차단할 건 차단하고 아닌 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KC 인증이 (위해성 판단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서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책 자체를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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