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시장 침체에 공사비 상승으로 시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여전히 ‘컨소시엄 입찰 불가’ 방침만은 고수하고 있다. 위험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어 빠르게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지만 단일 건설사 브랜드가 단지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컨소시엄 금지 조건을 내걸며 경쟁 입찰을 유도하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 재정비촉진구역(가재 뉴타운) 7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16일 오후까지 입찰의향서를 받았지만, 한 곳의 시공사도 접수하지 않았다. 이달 8일 현장 설명회에 삼성물산·GS건설 등 9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컨소시엄 불가’ 조건에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조합은 재입찰에 나서는 가운데 컨소시엄 불가 조건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1407가구 규모 대단지지만 컨소시엄 시공단은 조합원들이 원하지 않는다”며 “단일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보다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강변 재개발 최대어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 조합도 곧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역시 공동입찰 방식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DL이앤씨만 사업 수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 가능성이 크지만 조합은 컨소시엄 시공사를 배제하고 있다. 2592가구의 대단지로 건립될 예정인데, 규모가 더 큰 인근 한남2구역(대우건설)·한남3구역(현대건설)도 단일 브랜드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단일 건설사의 고급화 설계 도입을 목표하고 있다.
서울 재건축 대단지들도 컨소시엄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최고 35층·816가구 규모 아파트를 목표하는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3.3㎡당 92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없다. 시공사를 찾기 위해 최근 재입찰 공고를 냈지만, 컨소시엄 입찰은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조합들이 건설사의 입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컨소시엄 방식을 배제하는 배경은 △단독공사보다 높은 공사비 △수주 후 하자 책임 공방 불투명 △시공사별 품질 차이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특히 조합원들이 건설사 단독 참여를 요구하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수억원의 분담금을 납부한 만큼 단지 가치 상승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단일 시공사 요구가 강해 조합 집행부도 이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영등포구 신길2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사회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자 조합원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컨소시엄 방식이 건설사의 수주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들이 공동 입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서울 정비사업지 역시 무조건 사업성이 좋다거나 상징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자잿값 폭등에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어 건설사들은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컨소시엄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시공사 선정이 서울에 비해 여의치 않은 수도권·지방에선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52가구 아파트 등을 짓는 인천 재개발 최대어 부평구 ‘부개5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공동주택 2161가구 건립을 목표로 하는 대전 서구 ‘도마·변동 16구역’ 재개발 조합은 SK에코플랜트·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시공사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