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60세 이상 고령 인력 고용’ 300인 이상 대기업 10곳 중 3곳에 불과
중고령 인력 고용 걸림돌, ‘높은 인건비’ 38% ‘최다’
최근 노사정 대화가 재개되고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60세 이상 고용연장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아직 고령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토대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에 불과했으며, 이 중 10.2%만이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전문조사업체들이 전국 18세 이상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서는 ‘현재 만 60세인 근로자의 법정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84%로 ‘반대한다’ 13%에 비해 크게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들의 만 55세 이상 중고령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78.4%가 중고령 인력의 근무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기존과 동일(21.2%)하거나 더 나아진 것으로 응답한 기업(0.4%)은 21.6%에 그쳤다.
또한 기업의 74.9%은 중고령 인력 관리에 있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37.6%가 ‘높은 인건비 부담’을 꼽았다. 이어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 (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 (22.4%),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 (16.5%), ‘건강 및 안전관리 부담’ (15.3%) 등 순이었다.
중고령 인력을 대상으로 효율적 관리·조치를 취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61.2%로 나타났다. 취했거나 검토 중인 조치로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33.9%)이 가장 많았고 이어 ‘중고령 인력 적합업무 개발’(19.2%), ‘중고령 건강관리 및 근무환경 개선’(12.2%) 등의 순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연공중심적 인사관리제도와 기업문화가 여전하고 중고령 인력의 근로조건 조정, 전환배치를 위한 노조와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작용해 중고령인력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중고령 인력의 고용 및 관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이에 대비한 적합한 작업환경과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의 절반이상이 인사적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적체를 묻는 설문에 응답기업 중 53.7%가 “현재 승진지연 등 인사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해당기업들은 원인으로 ‘사업 및 조직 성장 정체’ (40.1%),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의 인력 관리’ (30.7%),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장기 근속화’ (27.7%) 등을 꼽았다.
응답기업들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력효율화를 위한 전환배치’ (25.9%), ‘직급제도 폐지 또는 개편’ (18.4%), ‘연공성 보상 감소 및 업적 성과 보상 확대’ (17.3%), ‘희망퇴직 등 특별퇴직제도 도입’ (13.7%) 등의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인사적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 없는 계속 고용은 미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연공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인력 관리 방안을 개선하는 등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연금개혁 시 연금수령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대기업 내 고령인력 인사제도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의 고용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고용연장을 위한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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