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5월 13~17일) 한국 증시는 눈에 띄는 상승세도 하락세도 보이지 않았다. 13일 오전 2735.20포인트에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17일 오후 2724.62에 장을 마쳤다. 이처럼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 갇혀 있지만, 최근 들어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반도체·조선 등 대형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변수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다. 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이 하반기 중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증시로도 자금이 순조롭게 유입될 수 있다. 이번 주엔 연준 위원들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들의 발언을 통해 4월 물가 지표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연준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17일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연은)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를 시작으로 18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20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21일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연설에 나선다. 23일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공개된다.
시장에선 지난 15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준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1월 3.1%를 시작으로 2월 3.2%, 3월 3.5% 등 매월 꾸준히 상승 폭을 확대하던 CPI가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덕분에 CPI 발표 당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1%대 상승률을 보이며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1분기만 하더라도 물가가 잘 잡히지 않으면서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제기됐는데, 4월 CPI를 계기로 시장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물가 불안이 후퇴했다며 이번 주 코스피 지수가 2700에서 2820을 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소비자물가 둔화를 확인하면서 주식시장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발(發) 훈풍이 재연될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지난 2월 21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2024년 회계연도 4분기(2023년 10월~2024년 1월) 실적을 발표했다. 덕분에 다음 날 SK하이닉스는 최근 1년 내 가장 높은 주가(52주 신고가)를 장 중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2025년 1분기(2024년 2~4월) 실적은 오는 22일에 발표된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 실적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매출액은 246억1000만달러, 영업이익은 163억1000만달러로 예상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1000달러에서 1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HSBC도 목표 주가를 1050달러에서 1350달러로 올렸다.
덩달아 국내 반도체 기업 전망도 밝아졌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설비 투자 경쟁이 지속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하반기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확대로 본격적인 HBM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연말 기준 HBM 출하량 중 3분의 2를 HBM3E로 채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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