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 1년 내내 오른 가운데 앞으로도 추가 상승을 전망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전세계약 갱신 4년차와 매매 수요의 전세전환 등 불안요인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전주 대비 0.07% 올랐다. 이는 지난해 5월 둘째 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른 건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맞물린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물량은 반년 전에 비해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의 전세매물은 2만9303건으로 6개월 전(3만5305건) 대비 17.1% 감소했다. 중구(-42.4%)와 관악구(-34.6%), 서대문구(-34.3%), 영등포구(-34.1%), 금천구(-33.9%) 등에서는 30~40%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주로 도심지 직주근접한 곳을 중심으로 매물이 많이 준 것이다. 1000가구 넘는 대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단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다. 서울 구로구에 ‘구로두산’(1285가구), ‘삼성래미안’(1244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의 입주 물량도 줄면서 신축 아파트의 전세 공급도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주상복합·임대 포함)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전세에 대한 수요는 늘어만 가고 있다. 전세를 얻는 세입자들이 전세 사기 사건 이후로 빌라, 오피스텔 대신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많이 올랐지만 전세 대출로 활용할 수 있는 저금리 대출은 아직 남아 있다. 신혼부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리 정책자금이 대표적이다.
전세시장에는 수급 불균형 외 또 다른 불안 요인도 남아 있다. 오는 8월부터 전세계약갱신권을 행사한 임차인들의 전세 계약 만기(4년)가 돌아온다는 점이다. 집주인들은 향후 4년 전세 보증금이 올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대폭 전셋값을 올려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매매시장에서 매수를 대기하고 있던 수요자들이 일단 전세를 택하는 것 또한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분양가, 공사비의 상승 등으로 매매시장 또한 공급이 불안한 상황이다. 작년 만해도 인기를 끌었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커져 선호도가 낮아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1분기 저금리에 대출이 가능한 정책자금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역세권과 신축 등 선호 단지에 임차인이 유입되는 분위기”라면서 “과거보다 전세 물량이 줄고 서울 입주 물량도 감소할 전망이라 전세 가격 상승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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