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픈AI와 구글이 잇달아 새로운 인공지능(AI) 챗봇을 선보인 가운데 두 회사의 서비스가 서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챗봇의 답변 내용이나 형식에서도 차이가 날 뿐 아니라 대표적 두 AI기업이 챗봇을 통해 어떤 사업을 펼쳐나갈지 방향까지도 다르다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오픈AI와 구글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는 점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오픈AI가 사용자의 감정과 같은 개인적인 요소에 집중한다면 구글은 업무 보조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픈AI는 챗GPT의 새 모델 ‘GPT-4o(포오)’ 발표에서 자사의 챗봇이 사용자의 음성 성량이나 어조를 통해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답변도 그때그때 달라지는 방식이다.
반면 구글은 지메일과 같은 자사 생산성 도구에 인공지능 챗봇 기능을 결합시키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챗GPT와 제미나이가 보이는 이런 경향성을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일명 ‘MBTI’ 성격유형 검사로 표현하면 오픈AI가 시연한 인공지능 모델은 ‘F(Feeling)’에 상대적으로 가깝다.
사용자의 목소리와 외양을 주의 깊게 파악하고 공감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MBTI 분류 유형 가운데 F에 해당한다.
2013년 개봉했던 영화 ‘그녀(Her)’에서 가상 연인을 연기하는 챗봇 ‘사맨다’ 사례와 유사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상대방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고 특정한 장소나 상황을 가정해 실제 데이트를 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나온다.
이와 반대로 구글의 서비스는 실용성에 중점 둔 ‘T(Thinking)’에 가까운 성향이다.
감정적 측면을 보여주지 않고 일상적 생활과 업무만 도와주는 충실한 비서 역할로 활용성을 증명하는 데 집중하는 셈이다.
구글 제미나이 사업부 부사장인 시시 샤오는 블룸버그에 “인공지능이 감정을 표현하도록 할 수도 있지만 업무적 내용에 집중하는 것은 회사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챗봇으로 두 기업의 전략 자체가 엇갈리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오픈AI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에 이미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해 개인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인터뷰를 나눈 뒤 “인공지능이 일상에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조력자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픈AI가 사용자의 상황과 니즈를 자동으로 파악해 편의성을 개선하려는 개인 측면에 집중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반대로 구글은 스타트업 형태인 오픈AI와 달리 공식제품 형태로 기술을 내놓을 필요성이 커 실용성에 더욱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읽힌다.
자사의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와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측면에 집중해 사업적 시너지를 노리는 선택으로도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구글은 실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며 “스타트업인 오픈AI를 따라잡기 위해 팀을 재조직하고 핵심 제품들에 기술을 통합하기 시작했다”라고 바라봤다.
오픈AI와 구글은 최근 ‘GPT-4o’와 ‘제미나이 1.5프로’ 등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및 대화형 서비스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인공지능 대중화에 가장 앞서나가는 두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유용한 활용 사례를 제시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 서비스를 놓고 모두 “크게 발전한 시리(Siri)”라고 평가하며 잠재력이 높다고 소개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과 시각 자료를 모두 입출력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술 수준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높은 수준의 AI 기술력을 가진 두 기업의 서로 다른 전략이 각각 제품의 성격을 크게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고개를 든다.
챗봇이 기계학습(머신러닝) 방식에 기반해 기술 수준을 스스로 고도화시킬 수 있어 어떤 학습 데이터가 입력되는지에 따라 다른 성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두 기업의 열띤 기술 경쟁에서 소비자에 선택지가 넓어지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도 성격에 따라 고르는 시대가 올 수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직접 개발한 오픈AI 직원들도 챗GPT를 사람처럼 대하는 걸 자제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일반 사용자들에겐 더욱 인간같이 느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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