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건전성’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지방은행은 특성상 건전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에 집중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지니는데 대구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황 행장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디지털과 기존 은행권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뱅크’로 소매고객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17일 DGB금융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전체 원화대출금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3월 말 기준 56.1%로 주요 시중은행보다 높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절반을 넘기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치며 지난해 은행 순이익 1위에 오른 하나은행의 비중도 3월 말 기준 45.8%에 그친다. 신한(44.8%)과 우리(40.1%), KB(40%), 농협(31.3%) 등은 그보다 낮다.
지방은행은 지방에 대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에 더해 중소기업 의무대출 규정을 적용받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더 높게 나온다.
국내에는 1965년 중소기업이 은행을 통해 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가 도입됐다. 은행은 이에 따라 원화대출 증가액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빌려줘야 한다.
도입 당시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모두 30%로 같았지만 1977년부터 지방은행의 의무비중이 40%로 늘어났고 1980년대 중반부터는 시중은행 35%, 지방은행 80%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1997년 지방은행의 규제비율이 60%로 줄었지만 시중은행은 50%로 여전히 낮아 둘 사이 ‘역차별’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에야 26년 만에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비중을 모두 50%로 맞추며 같은 조건을 만들었다.
중소기업 대출은 대기업이나 주택을 담보로 잡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은행 관점에서는 건전성을 보다 더 빠듯히 관리해야 하는 분야로 여겨진다.
지방은행 부실채권비율은 실제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 대구은행 3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72%로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농협은행(0.39%)의 두 배에 가깝다.
황 행장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건전성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노려야 하는 셈이다.
황 행장은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을 크게 늘렸다.
대구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7조465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7.1%, 지난해 말보다 3.2% 늘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세를 크게 웃돌았다. 지방은행 가운데서도 대구은행에 근접한 가계대출 성장세를 보인 곳은 경남은행(지난해 1분기 대비 10.1%, 지난해 말 대비 0.1% 증가) 정도가 유일했다.
황 행장은 시중은행 전환 이후에는 영업점을 당장 크게 늘리지 않고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내걸고 디지털 중심의 비대면 대출을 늘려간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금리 경쟁력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비대면 대출만 진행하는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주담대(아파트)로 넓어진 대환대출 시장에서 돈을 빨아들이며 1분기 급성장했는데 그 배경에는 무점포 영업을 통한 낮은 금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구은행은 20일부터 은행권 최저 금리 수준의 주담대와 고금리 특판예적금 등을 판매하는 ‘리본 페스티벌(Re-born festival)’을 실시한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아이엠뱅크(iM뱅크)’로의 사명 변경은 주주총회를 거쳐 6월 즈음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금리 경쟁력을 갖추고 대출 구성을 다변화할 것”이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하로 인한 어느 정도의 순이자마진(NIM) 감소도 염두에 두고 고객 저변을 늘릴 것이다”고 말했다.
황 행장은 전날 시중은행 전환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은행은 확고한 건전성과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은행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금융시장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