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내내 상승 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52주째요. 집 사겠다는 사람이 적고, 전세로 나오는 집은 적다보니 전세 가격이 좀처럼 떨어질 줄 몰라요.
전세 수요자들만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쉴 상황이에요. 최근엔 ‘임대차2법’ 적용 4년을 마친 물량들이 새로 나오면서 전셋값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전세 대책 발표를 예고한 상태인데요. 과연 묘수가 있을까요?
매맷값 ‘잔잔’ 전셋값 ‘쑥’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둘째주(1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03% 올라 전주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전셋값은 7월24일(0.01%)부터 올해 1월22일(0.02%)까지 26주째 오르다가 1월29일 보합 전환했는데요. 바로 다음주인 2월5일(0.01%)부터 다시 올라 15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의 상승세가 두드러집니다. 서울 전셋값은 이번주 0.07% 올라 전주(0.09%)보다는 오름폭이 축소됐는데요. 지난해 5월22일(0.01%) 이후 52주째 상승 중입니다. 부동산원 측은 “역세권·대단지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 위주로 수요가 꾸준하고 매물 부족현상을 보이며 상승세가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구·은평구(0.15%), 노원구(0.13%), 성북구(0.12%) 등이 비교적 크게 올랐고요. 동작구(0.12%)는 흑석·사당동 대단지 위주로, 서초구(0.08%)는 반포·잠원동 주요 단지 위주로 전세 수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전셋값도 지난주와 같이 이번주 0.08% 올랐는데요. 경기도는 이번주 0.07%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폭이 확대됐죠. 지난해 6월19일(0.01%) 이후 48주째 상승세고요. 인천은 지난주 0.14%에서 이번주 0.12%로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올해 1월1일(0.01%) 이후 20주째 오름세입니다.
전세 시장은 지난 2022년만 해도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으로 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가격이 내렸는데요. 지난해 5월부터 서울 입주 물량 감소, 매수 심리 저하, 비아파트 전세사기 문제 등이 작용하면서 다시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월별로 보면 전셋값 상승세가 더 드러납니다. 4월 서울 주택 종합 전세가격지수는 0.18% 올랐고요. 아파트만 보면 0.3%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 수도권 주택 종합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21%, 아파트는 0.33%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2년 11월(99.0) 기준선(100.0) 아래로 떨어진 후 좀처럼 오르지 못하다가 지난해 7월(87.1) 이후 다시 올라 올해 4월엔 89.0으로 다시 90선을 넘보고 있습니다. 서울 역시 2022년 11월(97.7)에 기준선 아래로 떨어진 후 급격히 지수가 내려갔다가 지난해 6월(83.5) 이후 다시 올라 4월 기준 87.6까지 올랐습니다.
반면 매매 시장은 매수 심리 저하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0.02%)와 같은 하락폭을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11월27일(-0.01%) 이후 25주째 내림세입니다.
임대차2법 어쩌나…’상승세 언제쯤?’
시장에선 전셋값 불안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수 심리 회복이 더딘 가운데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7.3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월 대비 1.6포인트 오른 수치지만 여전히 ‘상승 국면’에 진입하진 못했습니다. 소비심리지수(0~200)는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 국면,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분류합니다.
매수 대신 임차를 선택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듯한데요. 전세 수요는 높지만 공급은 적으니 불안이 커질 수밖에요.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의 전세 물량은 2만9303가구로 1년 전(3만9274가구) 보다 25.4% 감소했습니다.
더군다나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4년을 맞아, 갱신 계약권을 1회(2+2년) 쓰고 신규 계약자를 찾는 전세 매물이 늘면서 추가 가격 상승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신규 계약의 경우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으니 가격을 시세에 맞출 수 있거든요.
집주인들이 4년간 묶였던 전셋값을 한 번에 인상하면서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서울 송파구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전세 보증금 3억원을 올려 11억3000만원에 신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같은 불안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될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 주 세종(-0.15%), 경남(-0.08%), 대구(-0.07%) 등 공급 물량이 많은 일부 지방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거든요.
이같은 불안이 이어지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중 전세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인데요. 이제 와 임대차2법을 폐지하면 시장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관련기사: 박상우 국토장관, 전세사기특별법 ‘거부권 건의’ 시사(5월13일)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매수 심리가 꺾이다 보니 시장이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세로 나올 투자 매물이 많이 사라졌다”며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차법 영향까지 맞물리면서 한동안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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