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중으로 주식시장이 저녁 8시까지 문을 열기로 하면서 국내 증권사도 발 빠르게 대비 중이다.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 등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주문받는 플랫폼을 정비해야 하고, 금융감독원의 규정도 준수해야 하는 등 쌓인 숙제가 많아서다. 복수의 증권사는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고객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이 대체거래소(AT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대체거래소 사업자인 넥스트레이드(NXT) 지분 6.64%를 각자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 중에서는 삼성증권을 제외하고 모든 증권사가 TF를 마련했다.
대체거래소란 정규 거래소인 한국거래소처럼 주식 중개를 하는 새로운 사업자를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시장이 열린 셈이다. ATS에 도전한 사업자가 바로 NXT다. NXT는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 금융유관기관이 출자해 만들었다. 저녁 8시까지 거래가 가능한 NXT는 올해 하반기 중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중개업 본인가를 받아 이르면 내년 3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NXT의 등장에 증권사는 플랫폼을 정비하느라 분주하다. 증권사 ATS TF의 주요 검토 사안 중 하나는 플랫폼 화면 구성이다. 시장이 2개가 되면서 같은 주식이어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호가 차이가 벌어질 수 있는데, 두 시장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고지할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이 큰 웹트레이딩시스템(W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걱정이 덜하지만, 화면이 작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문제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가격 정보만으로도 화면이 가득 차는데, NXT의 가격 정보도 넣어야 해서다. 증권사들은 최대한 한 화면에 두 거래소의 호가를 띄운다는 원칙하에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을 궁리 중이다.
일부 증권사는 WTS와 HTS, MTS에 한 번에 NXT를 연결하기보단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NXT가 열린다고 해서 증권사는 무조건 한국거래소와 NXT, 두 거래소를 모두 이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특정 거래소와는 거래하지 않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면 기존처럼 한국거래소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몇몇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MTS는 NXT 오픈 시점에 한국거래소와 NXT 둘 다 연결하되, 나머지 WTS와 HTS는 추후 상황을 보고 NXT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사가 신경써야 하는 또 하나의 영역은 규정 준수다. 거래소가 하나 더 생기면서 증권사는 주문을 넣을 때 한국거래소와 NXT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금감원으로부테 제재를 받는다.
가령 NXT에서 1만원에 살 수 있는 주식을 일부러 한국거래소에서 1만1000원에 사면 안 된다는 얘기다. 증권사는 항상 투자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선집행의무 위반이다.
증권사들은 각자 최선집행의무 기준안을 만들어 공시해야 한다. 최근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기준안 마련을 돕기 위해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 더 좋은 안이 있다면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기준안을 만들어도 된다.
금감원 가이드라인의 주요 골자는 ▲테이커 주문(나온 호가를 가져가는 기존 물량 체결 주문)은 총비용 또는 총대가를 기준으로 시장에 주문을 배분할 것 ▲메이커 주문(호가를 내 신규 물량 조성 주문)은 매매 체결 가능성을 우선하는 집행 시장 배분 기준을 수립할 것 등이다.
만든 기준안은 주식을 거래할 때 실현되는 데, 이때 필요한 건 시스템이다. 기준안대로 설계된 시스템이 자동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거래소를 찾아 주문을 내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NXT와 코스콤이 각각 개발 중이다. 증권사는 NXT 또는 코스콤의 자동주문시스템(SOR)을 구매해 쓰거나,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산 시스템이 비교적 최신 버전인 증권사는 NXT나 코스콤의 SOR을 사서 써도 문제가 없다. 시스템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산이 노후화된 증권사는 SOR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자체 개발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일각에선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감독이 시작되는 만큼, 시행 초기엔 증권사에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 유예 등은 금융위원회와 필요성을 검토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그 여부를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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