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한다는 소식에 예·적금을 고려하던 투자자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최대 연 4.4%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에서 판매하는 예·적금 금리가 연 2%대 후반에서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KB국민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더 높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접어들면 예·적금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어 은행이 찍는 신종자본증권에 5년간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AA-)은 3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21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29일 발행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희망 금리밴드는 3.8~4.4% 수준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주관 업무는 한양증권이 단독으로 맡았고, 인수단에는 KB증권,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포함됐다.
KB국민은행의 자체 신용도는 AAA지만,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으로 두 단계 낮은 AA-를 인정받았다. 특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될 수 있는 채권이다.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은 선순위, 후순위보다 변제 순위가 더 뒤인 ‘후후순위’ 채권이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대신 금리가 높다.
신종자본증권에는 발행 시점 5년 뒤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KB증권이 발행할 신종자본증권에도 5년 뒤 콜옵션 행사 조건이 붙었다. 발행회사는 암묵적 약속에 따라 1차 콜옵션 행사 시기에 콜옵션을 행사해 자금을 상환하곤 한다. 이번 KB국민은행이 발행할 신종자본증권도 사실상 만기 5년짜리 고정금리 상품으로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신종자본증권에 투자자 관심이 몰린 이유는 최근 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예·적금과 비교해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일반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2.55%에서, 가맹점 우대적금 기본 금리는 연 2.25%에서 시작한다. 발행 조건, 기간에 따라 금리가 올라갈 수 있지만, 그래도 3%대가 최선이다.
KB국민은행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금리는 최소 연 3.8%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콜옵션 행사 전까지 5년간 확정된 금리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5%인데, 금리 인하기에 진입하면 시중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도 따라 내려갈 수 있다. 향후 상황까지 고려하면 KB국민은행이 판매하는 예·적금을 가입할 바에 KB국민은행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사는 게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만약 연내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오르는 만큼 신종자본증권을 사고팔아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전까지 채권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가 적용된다.
다만 혹여라도 KB국민은행이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되거나 파산하면 이자는 물론 원금도 받지 못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하면, 나중에도 받을 수 없는 유예 이자의 ‘비누적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와 달리 예·적금은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예금자 보호한도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장한다.
이같은 신종자본증권은 위험도가 높아 기관이 살 수 없어서 적지 않은 물량이 리테일(개인) 대상으로 풀린다. 대부분 장내채권으로 상장해 개인투자자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매수할 수 있다.
한 채권 운용역은 “KB국민은행이 부도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면, 예·적금 대신 사볼 만한 채권”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가 더 떨어질 거라고 예상하면, 5년간 확정금리를 받는 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설 방침이다. 신종자본증권은 BIS비율을 산정할 때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BIS비율은 17.3%로 전년 말(18.0%) 대비 70bp(1bp=0.01%포인트) 하락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이 설정한 지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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