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급등하는 이자 부담에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멀어졌던 변동금리 비중이 올해 들어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간 큰 격차를 보이며 역전됐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격차가 축소되는 등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추종하는 주요 지표금리의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변동금리에 대한 수요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고정금리 수요 확대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만큼, 이를 위한 추가적인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 조정 등의 조치가 수반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하락세’ 변동금리, 고정금리 따라잡았다
1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연 3.79%~5.98% 수준에 형성돼있다. 이는 올해 초인 지난 1월 중순(18일 기준)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연 4.01%~6.02%) 대비 상단은 0.14%p, 하단은 0.22%p 가량 하락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변동금리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지난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34%~5.98% 수준을 보였다. 이는 지난 1월 중순 기준 고정형 금리(연 3.41%~5.46%) 대비 하단은 소폭 감소했지만, 상단은 0.5%p 이상 높아진 수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상단이 5.98%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경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 대비 다소 높은 수준에 형성된다. 특히 이는 금리인상기 또는 고금리 기조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당장 이자 부담을 조금 늘리더라도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적인 이자 부담은 억제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최근 1년 사이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도 오히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상회하는 다소 이례적인 흐름이 지속됐다. 이는 은행채를 포함한 고정금리가 추종하는 지표금리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수치에서도, 지난 1월 중순 기준 변동금리 상단은 연 6%대로 연 5%대 초중반 수준을 보인 고정금리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다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단이 같아지면서 이례적으로 역전됐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다시 재역전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실제 일부 은행의 경우, 고정형 상품의 금리가 변동형 상품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공급되고도 있다”며 “당장 금리 흐름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변동금리가 향후 더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는 것 자체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변동금리 비중 ‘확대될까’
이처럼 실제 은행권 대출 금리에서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재역전이 가시화되면서 실제 차주들의 변동금리 수요 또한 확산하고 있다. 여전히 전체 대출 내 고정금리 비중이 크긴 하지만 차이도 꾸준히 좁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규 공급의 경우, 빠르면 하반기 중 변동금리 비중이 고정금리 비중을 웃돌 것이란 분석도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에서 신규 공급한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은 57.5%, 변동금리 비중은 42.5%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각각 8.1%p 가량 고정금리 비중은 하락, 변동금리 비중은 높아진 수치다.
특히 전년 동월 수치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3월 기준 고정형 주담대 비중은 79.4%, 변동형 비중은 20.6%를 기록한 바 있다. 불과 1년 새 변동금리 비중이 22%p 가량 높아진 셈이다.
단순 수치뿐 아니라 흐름도 주목된다.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압박이 시작된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고정형 주담대 비중은 2023년 11월 56.7%에서 12월(59.8%), 2024년 1월(65.9%)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물론 올해 2월에는 전월 대비 소폭(0.3%p) 줄었지만 흐름 자체가 변화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만,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특히 아직 공식통계가 나오지 않은 지난 4월과 5월에도 변동금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더 확대됐을 것이란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한편, 누적 대출 지표인 ‘잔액 기준’으로도 지난 3월 고정금리 비중은 42.3%, 변동금리 비중은 57.7%로 전월과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다. 비중의 변화는 없지만 정부의 고정금리 확대 압박에도 지난해 최근 몇 년 새 고착화돼온 고정금리 상승세가 멈췄다는 점은 유의미한 변화로 해석된다.
지표금리 흐름은 ‘변동금리 편’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동금리 비중 확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장 한국,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긴축 완화’ 기조 자체는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제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금리 또한 변동금리 하락을 예견케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실제로 변동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3.54%(신규취급액 기준)로 지난해 12월(3.84%)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월 대비로도 0.05%p 하락하며 일각에서 제기한 ‘코픽스 반등설’을 일축했다.
반면, 고정금리의 준거금리는 은행채(5년물‧AAA 기준) 금리의 경우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은행채 금리는 연 3.830%로 올 초(1월 2일 기준) 3.82% 대비 소폭 올랐다.
물론 5개월 사이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3.8%~3.9% 수준의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채권 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상 고정금리가 추가적으로 오를 여지가 남아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모든 지표금리의 핵심인 기준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점에서,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차주의 수요는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기조는 여전하지만, 실제 영업현장에서 변동금리를 찾는 차주의 수요를 고정금리로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변동금리 수요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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