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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법적 분쟁을 거쳐 올 초 남양유업 경영권을 최종 확보한 한앤컴퍼니가 회사 재건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올 3월 홍원식 전 회장이 공식 사임한 데 이어 최근 그의 두 아들까지 경영 일선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60년간 이어진 홍씨 일가의 색깔을 완전히 지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앤코 품에 안긴 남양유업의 올해 첫 분기 실적은 지난해 대비 크게 향상돼 ‘유업 명가’ 재건에 청신호를 켰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의 두 아들인 홍진석 상무, 홍범석 상무는 지난달 사임 의사를 밝히고 최근 회사를 모두 떠났다. 두 사람은 그간 경영혁신추진단장과 외식사업본부장을 각각 맡아왔다. 올 1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경영권이 한앤코 측에 완전히 이전되고 홍 전 회장까지 물러난 만큼 3세의 퇴임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한앤코는 두 사람이 이끌던 조직은 승계하지 않고 보다 효율적인 조직도를 그리는 데 몰두하기로 했다. 특히 홍범석 상무 관할이었던 외식사업본부는 해체할 계획이다. 기존에 운영해왔던 브랜드 ‘일치프리아니’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그릴’ 등의 매장은 연말까지 대부분 폐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식 브랜드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적지만 수익성이 낮아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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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코는 또 기존 내부의 기획 담당 임원을 통합 경영기획본부 수장으로 선임하는 등 조직을 최대한 효율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부 인사 발탁은 기존 임직원들이 보유한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한앤코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확보했으나 대표 집행 임원인 최고경영자(CEO)로는 내부 인사인 김승언 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이사회가 견제·감시 역할에 충실하면서 기존 내부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면 보다 균형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새 CEO가 방향키를 잡은 남양유업은 올 1분기 긍정적인 실적을 내놓았다. 남양유업은 이날 1분기 매출액이 2342억 원, 영업손실은 74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2400억 원)은 비슷했지만 영업손실(157억 원)은 52.9% 줄었다. 대리점 갑질 의혹, 불가리스 사태, 경영권 분쟁 등 악재를 거치며 내재됐던 영업조직의 비효율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중이던 지난 2~3년 동안 매출은 꾸준했지만 적자 폭은 커졌다”면서 “비용을 줄이고 고마진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IB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서울 강남 본사 ‘1964빌딩’을 매각할 수 있다는 추측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2016년 완공된 지하4층~지상15층 규모의 이 빌딩은 최근 강남권 오피스 빌딩의 평당 매매가(4000만 원대)를 적용할 경우 가격이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앤코로서는 이런 대규모 현금 확보 시 배당 및 차입금 반환 등 재무 개선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 사명 변경도 여전히 검토 대상에 올려둔 것으로 본다. 남양은 홍 전 회장 일가의 본관에서 따온 이름이다. 여기에는 남양유업에 남아 있는 부정적 인식을 털어내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 내 히트 상품명은 승계하면서도 사명 자체를 변경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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