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식품의약국)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밤을 세워 기다렸는데, 결국 하한가네요.”(HLB 개인 주주)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FDA 문턱을 넘지 못했다. HLB가 FDA에 품목 허가 심사를 신청한 지 1년 만이다. HLB를 비롯한 HLB그룹 계열사가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조원 넘게 증발했다. FDA 승인을 기대하며 최근 한달 동안 HLB그룹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HLB 주가는 17일 코스닥시장이 열린 직후 하한가(일일 가격 제한 폭 최하단)로 직행했다. 주가는 전날 종가 9만5800원에서 이날 오전 9시 56분 현재 6만7100원으로 29.96%(2만8700원) 빠졌다. 시가총액도 전날 종가 기준 12조5335억원에서 이날 8조7787억원으로 3조7548억원 줄었다.
다른 HLB그룹주 주가도 폭락했다. 같은 시각 HLB글로벌, HLB이노베이션, HLB파나진, HLB생명과학, HLB테라퓨틱스, HLB바이오스텝 등이 모두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코넥스시장에 상장된 HLB바이오스텝도 일일 가격제한폭(-15%) 최하단을 찍었다. HLB그룹 전체 종목으로 넓혀보면 시가총액이 하루 새 5조274억원 감소했다.
HLB가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해달라고 신청한 것과 관련해 FDA가 보완요구서한(CRL)을 보냈기 때문이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유튜브를 통해 직접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FDA에서 보내온 문서를 보면, 리보세라닙은 문제가 없으나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관련해 (항서제약 측) 답변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FDA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실사 과정에서 항서제약이 지적을 받았는데, 지적을 받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HLB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항암 치료제를 선보일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려 왔다. HLB 주가는 지난해 5월 17일 FDA 심사를 신청한 날 3만3097원(수정주가 기준)이었으나, 전날 종가 기준 2.9배가량 뛰었다. 지난 3월엔 주가가 장 중 12만9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HLB는 주가 상승에 힘입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순위 2위 자리를 두고 에코프로와 경쟁해 왔다. 하지만 이날 하한가를 찍으면서 순위가 4위로 밀려났다. 코스닥시장 제약·바이오 대장주 자리를 알테오젠에 넘겨줬다.
HLB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허탈한 분위기다. HLB 종목토론방에 ‘99% 승인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진짜 어이가 없다’ ‘30분째 (주식이) 팔리질 않는다’ 등의 글을 남겼다. 최근 한달 동안 개인은 HLB 주식을 560억원 순매수했다. HLB글로벌, HLB바이오스텝, HLB생명과학 등 HLB그룹주도 매수 우위를 보였다.
다만 HLB가 항서제약과 협의해 FDA에 수정·보완서류를 제출하기로 한 만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보완서류를 내면 FDA는 최장 6개월 이내에 다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과 관련해 FDA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이 없기 때문에 HLB 측에서 별도로 할 일은 없다”면서 “항서제약과 협의해 빠르게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만큼 다시 혼신의 노력을 쏟아 반드시 성과를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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