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기업(A-)이 올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후 첫 발행인 만큼, 투자심리가 우호적이진 않다. 신용평가사에서 등급하락 요건으로 제시한 두 가지 지표에 이미 부합하면서 미매각 우려도 나온다. 실적 악화, 자회사 부담 등으로 자금이 필요하지만, 조달 비용이 계속 올라 재무 부담을 더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화기업은 300억~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8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내달 4일 발행할 예정이다. 2년 단일물로 발행할 계획이며, KB증권이 단독 주관한다.
동화기업은 희망금리 밴드로 개별 민평금리 대비 80bp(1bp=0.01%P) 높게 한도를 열어뒀다. 미매각을 우려해 높은 가산금리를 제시한 것이다. 만약 모집액만큼 주문을 받지 못하면 발행금리는 5%대 중반으로 뛰게 된다. 이는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동화기업은 지난해 4월 회사채 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미매각나면서 5%대 초반에서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 동화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신용등급 전망이 조정된 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꾼 데 이어 올해 3월 한국신용평가도 ‘부정적’ 전망을 매겼다. 전방 산업의 업황 부진으로 영업적자를 시현한 데 이어 계열사 지원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화기업 실적은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적자는 166억원, 당기순손실은 1084억원을 기록했다. 주택경기 침체로 원가 상승분의 판가 전이가 어려워 이익 창출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신용평가사에서는 당분간 주택경기 반등이 어려운 만큼 이익 회복은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지원이 누적되는 점도 동화기업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2018년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705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7633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엔 계열사 엠파크가 몽베르CC를 인수하는 데 동화기업이 자금을 대면서 부담이 누적됐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35.3%로 뛰었다.
이미 신용등급 하향 검토요인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점은 동화기업의 크레딧 리스크를 더욱 높이는 대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검토요인으로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매출액 지표가 14% 미만 ▲연결기준 (총차입금+계열사 지급보증)/EBITDA 지표가 5배 초과가 지속되는 경우 등을 제시하고 있다.
동화기업은 두 기준 요건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화기업의 EBITDA/매출액 지표는 6.6%로 기준 요건(14%)을 밑돌았고, (총차입금+계열사 지급보증)/EBITDA도 16.5배로 2022년(6.1배)에 이어 2년 연속 5배를 초과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투자 위험도가 높아지게 된다. 발행시장에서 사들인 채권이 향후 유통시장에서 더 싸게 팔릴 수 있어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등급 하향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발행사 상황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금리 가산 요구가 많아지면서 80bp까지 높아진 것 같다”며 “지난해에는 일부 주문을 받았지만, 올해 신용등급 전망이 조정돼 투심이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한편 동화기업은 소재와 건축 내외장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베트남, 호주, 핀란드에 해외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동화인터내셔널(Dongwha International)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67.48%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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