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성 대표 취임이후 KB자산운용이 코스닥 상장 중소형 종목들의 지분을 정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분을 파는가 하면 매수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거나 오히려 손실을 보는데도 정리하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이 올해 투자한 종목의 지분을 팔면서 올린 지분공시는 총 13건이다. KB자산운용은 올해 들어서만 총 8개 투자 종목의 지분 일부를 매도했다. SK디앤디‧화승엔터프라이즈 주식팔아
최근 KB자산운용이 지분을 매도한 8개 종목 중 유가증권 상장사는 2곳이다. KB자산운용은 SK디앤디와 화승엔터프라이즈 지분을 각각 2.75%(61만628주), 5.12%(307만4719주) 매도했다.
SK디앤디는 KB자산운용이 지난 2018년부터 투자해온 곳으로 그동안 매도와 매수를 반복해왔다. KB자산운용은 3월 진행한 SK디앤디의 인적분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부터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KB자산운용의 SK디앤디 지분은 2.28% 남았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KB자산운용이 2020년 처음으로 지분공시를 했다. 그해 발행한 화승엔터프라이즈 전환사채(CB)에 500억원을 투자하면서 ‘주식 등’의 수량이 5%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후 KB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설정해지 및 소량의 주식 일부 매도를 반복해왔다. 올해 4월에는 50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매각했고 동시에 가지고 있던 주식도 일부(0.31%) 매도했다. 현재 KB자산운용은 화승엔터프라이즈 지분 1%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코스닥 중소형주 더 적극적으로 정리
눈에 띄는 점은 코스닥 투자종목이다. KB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 상장사보다 코스닥 상장사 종목들의 지분을 더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모습이다.
올해 KB자산운용이 지분을 매도한 8개 종목 중 6개 종목이 코스닥 상장사다. 6개 종목은 △골프존 △에코앤드림 △인터로조 △휴비츠 △코스메카코리아 △티앤알바이오팹이다.
KB자산운용이 가장 먼저 지분을 줄이고 나선 곳은 골프존이다. 골프존은 KB자산운용이 2013년부터 투자해온 곳으로 한 때 20%가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골프존 보유 비중을 줄여나갔다. 올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지분 3.73%을 추가로 줄여 현재 보유 지분은 6.68%다. ▷관련기사: 10년 투자한 골프존…슬슬 손 떼는 KB자산운용(1월 29일)
다만 올해는 골프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새롭게 취득한 코스닥 중소형주 지분도 정리하는 모양새다.
안과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휴비츠는 KB자산운용이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지분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KB자산운용은 휴비츠 총 발행주식수의 5.12% 물량을 한꺼번에 사들였고 곧 바로 5%보고(대량 보유상황 보고) 공시를 올렸다.
이후 KB자산운용은 지난해 말까지 꾸준히 휴비츠 주식을 매수했고 지분율은 어느새 9.86%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하루 이틀에 걸쳐 휴비츠 주식을 조금씩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은 공교롭게도 휴비츠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던 시기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휴비츠 주식은 9000원에서 1만원 사이를 기록했으나 6월부터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KB자산운용이 휴비츠 주식을 매수하기 시점은 휴비츠 주가가 2만원이 넘은 때였다.
하지만 휴비츠 주가의 고공행진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11월에는 1만4000원대까지 내려왔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시점부터 KB자산운용은 휴비츠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4월까지 꾸준히 휴비츠 주식을 소량씩 매도했다. 현재 KB자산운용의 휴비츠 지분율은 기존 9.86%에서 4.64%로 반토막 났다.
이어 KB자산운용은 △에코앤드림(6.91%→3.06%) △인터로조(8.29%→3.95%) △코스메카코리아(6.38%→3.78%) △티앤알바이오팹(15.51%→12.04%)도 보유 비중을 줄였다.
2021년부터 지분을 취득했던 티앤알바이오팹을 제외하면 △에코앤드림 △인터로조 △코스메카코리아 3곳은 지난해 6월부터 주식을 취득한 곳이다. 투자기간이 짧지만 지분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절매도 불사하는 KB자산운용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로 지분을 정리하는 모습에는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KB자산운용이 취득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부터 주식을 취득하기 시작해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 휴비츠는 KB자산운용이 1주당 평균 2만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매수한 곳이다.
하지만 KB자산운용은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휴비츠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고 1주당 평균 매도가격은 1만3000원 대에 불과했다. 매수가격보다 오히려 손해를 보고 지분을 정리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지분투자를 시작한 인터로조도 손해를 본 사례다. KB자산운용은 인터로조 주식을 1주당 평균 3만6400원대에 사들였지만 매도가격은 이보다 낮은 1주당 평균 3만1400원대 수준이었다.
에코앤드림도 1주당 평균 매수가격은 4만3600원대지만 KB자산운용이 최근 매도한 평균가격은 3만5900원대다.
2021년부터 투자하기 시작한 티앤알바이오팹 역시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땐 6만원이 넘는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2022년 100% 무상증자를 하면서 인위적 주가조정이 있긴 했지만 최근 KB자산운용이 티앤알바이오팹 지분을 매도한 가격은 6000원~1만원대 사이다.
2022년 진행한 100% 무상증자 비율을 반영하더라도 주가가 추가로 더 크게 내려간 상황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의 매도 및 손절매에 대해 KB자산운용은 큰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중소형주 자체를 정리하는 건 아니고 펀드 내 유동성이 떨어지는 기업의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를 위해 (포트폴리오를)교체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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