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전세대책 발표…임대차법 개편안 등 담길 듯
‘2+2년’ 만료 매물 나오면 전셋값 또 ‘널뛰기’ 예상
‘여소야대’ 속 법 개정 힘들어…전세시장 불안 당분간 계속
전셋값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는 가운데 정부가 다음 주 중 임대차시장 불안을 잠재울 전세대책을 발표한다. 이번 대책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돼 전셋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개편안도 일부 담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컸던 만큼 제도 손질은 긍정적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쉽사리 법 개정을 기대하기 어렵고, 현 상황에서 시장 불안을 잠재우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 대비 0.07% 올랐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52주 연속, 1년 내내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간 데다 고금리·고물가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매매 대신 임대차시장에 머물러 있는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시장에 전세매물 자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의 전세매물은 2만9187건으로 올 초(3만4822건)와 비교하면 16.2%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도 전세매물은 감소세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곳에서 전세매물이 줄었다. 반대로 전세매물이 증가한 지역은 전남(6.5%), 경남(12.9%), 제주(18.0%), 대전(26.7%), 충북(34.0%) 등 5곳에 그쳤다.
무주택자들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전세시장이 위축되면서 국토교통부는 다음 주 중 전세대책을 포함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는 임대차 2법 개편 관련 연구용역 결과도 일부 담길 전망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의 공식 입장은 임대차 2법의 원상복구”라면서 “신규 매물이 나오지 않는 게 문제인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은 올해로 4년째를 맞는다. 2년 전세계약 만료 이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보증금 상한선을 ‘연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로 구성된다.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됐으나, 전세 만기가 사실상 4년으로 늘면서 시장에선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면서 집주인들은 신규 계약 시 전셋값을 종전 대비 대폭 올려받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매물들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게 되면 또 한 차례 전셋값이 널을 뛸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대차법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공감하지만, 당장 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없어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 개정을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금리가 높아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도 여의치 않다”며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매든 전월세든 수요와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부동산은 비탄력적이어서 공급을 한 번에 늘릴 수가 없다”며 “전셋값이 계속 높게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필요한 건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 진작책인데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기대하기 어렵다”며 “2+2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 7월 이후부터는 전셋값이 또 한 번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4년 전 임대차법 도입 당시 우려하던 부작용들이 이제 시장에 그대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개편을 하더라도 시장 충격을 주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갑자기 ‘폐지’로 가버리면 시장은 또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입법이 돼야 실효성을 발휘할 텐데 덜컥 발표부터 해버리고 실행이 안 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만 깎아 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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