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기업설명회 진행 전무…변화 행보 ‘외면’
정보 공유에 소극적…공정공시 원칙에도 위배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와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주가치 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증권사들은 가장 기본적인 기업설명회(IR)를 ‘깜깜이’로 진행하면서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20개 증권사(금융지주 제외)들 중 자체적으로 IR을 진행하거나 이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미래에셋·NH·키움·삼성·대신증권 등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만 설명회를 한다. 한투·KB·신한·하나·메리츠증권 등의 경우 금융지주에서 컨퍼런스콜 방식으로 진행하는 통합설명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과거 상장사들은 비용 문제나 불특정 다수의 참여로 인한 IR 일정 차질 등을 이유로 주로 기관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간담회나 컨퍼런스콜 등을 폐쇄적인 방식으로 진행했다.
다만 최근 이런 폐쇄성이 일반 개인투자자와 정보의 비대칭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상장사들 중에서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13일 주요 경영진은 물론 주주와 투자자를 포함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ESG 공개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ESG를 주제로 별도의 주주 소통 행사를 연 것은 국내에서는 첫 사례였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주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기후변화 대응과 기업의 탄소배출 저감 계획 및 실행방안’, ‘중대 사고 제로를 위한 안전환경 관리 방안’에 설명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금융그룹들도 선제적인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KB·하나·우리금융그룹은 자체 홈페이지에 컨퍼런스콜 영상 또는 음원을 공개하는가 하면 신한금융그룹은 유튜브에 전체 컨퍼런스콜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회사는 지난 14일 열린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업계 최초로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만 질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주주들의 궁금증에 경영진이 직접 답을 내놓는 시도를 했다.
실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4월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홈페이지 팝업을 통해 일반주주들의 질문을 취합했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가장 많은 주주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김용범 부회장이 직접 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변화에도 증권사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의 컨퍼런스콜 비공개 관행은 정보 접근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밸류업 프로그램 등 최근 증시의 화두인 주주가치 확대에도 역행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또 이는 한국거래소가 강조하는 공정공시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공시란 기업정보를 모든 투자자에게 공평하게 널리 전달돼야 한다는 취지인데 이를 보조해야 하는 증권사들이 오히려 사업 관련 중요한 정보를 특정한 소수에게만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이끌어 가는 미국에서도 컨퍼런스콜은 모든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야 하는 증권사들이 실제로는 비공개 컨퍼런스콜이 많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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