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 반등으로 ‘AI 거품’ 논란이 쏙 들어갔다. 글로벌 AI 생태계에 연결된 국내 반도체, 공정·장비, 전력·전선 관련 종목 중심으로 증시가 재도약하고 코스피가 2800선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30원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제 유가(WTI)가 70달러대로 내려가 증시의 고환율·고유가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코스피는 지난달 강해진 장기 매수세에 상승 국면 전환이 가능해졌다”며 “2850 수준을 중기 목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앞서 지난 13일 “코스피가 기술적 반등의 1차 목표치인 2750선에 도달했고 5월 중 2800선 돌파를 시도할 전망”이라며 “15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반등세 진정, 근원 CPI 둔화 재개를 확인한 이후 채권 금리와 달러화가 레벨다운되면서 코스피가 2차 상승해 2800선을 향하는 흐름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4월 CPI 발표 전까지 관망세였다가 결과를 확인한 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면서 상승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0% 오른 1만6742.39,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88% 오른 3만9908.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7% 오른 5308.15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3.58%), AMD(4.25%), 퀄컴(2.98%), 알파벳(1.27%), 마이크로소프트(1.75%), 메타(2.05%), 애플(1.22%)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됐고 9월 연준 첫 금리 인하 기대감이 53.3%까지 상승했다”면서 “이에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재차 강화돼 AI 모멘텀을 동반한 반도체 업종의 랠리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의 AI 경쟁력 확대를 위한 반도체·데이터센터 관련 투자 확대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시장을 선도한 SK하이닉스와 이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이날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4.16% 상승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SK하이닉스는 2025년 (공급) 물량에 대해 전년 대비 15~20% 정도 판가 상승을 시현할 가능성이 높다”며 “AI 관련 훈련·추론 목적 투자가 늘면서 HBM 수요처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
AI 가속기 공급사 이수페타시스 주가도 이날 18.83% 올랐다. 키움증권은 이수페타시스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제한된 생산 능력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고 수익성도 기대 이상이었다”며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 업체를 고객사로 둔 만큼 AI 메가트렌드 속에 안정적 실적 성장이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증권가는 제주반도체, 가온칩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칩스앤미디어, 퀄리타스반도체, 텔레칩스 등 AI 반도체·장비 관련주와 한미반도체, 피에스케이홀딩스, 아이엠티, 디아이티, 와이씨켐, 예스티, 이오테크닉스, 에스티아이 등 HBM 관련주도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공급할 전선·전력 설비 수요도 폭증이 예상돼 LS산전, 삼화전기, 가온전선, 제룡전기, 세명전기, 대원전선 또한 AI 생태계 모멘텀의 수혜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맞붙을 ‘온디바이스 AI’ 분야도 관전 포인트다. 애플은 6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아이폰 등을 위한 AI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앞서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를 출시하며 제품에 탑재한 생성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실적이 개선된 MLCC 업체 삼성전기를 온디바이스 AI 관련 수혜주로 내세웠다. 같은 이유로 애플 부품사 LG이노텍, 비에이치 등에 대한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이달에도 빅테크 기업의 생성 AI 관련 주요 이벤트와 실적 발표가 있다. 앞서 구글은 미국에서 개최한 ‘구글I/O’에서 생성 AI 제미나이 1.5 시리즈를 발표하고 이를 접목한 검색 서비스를 연내 10억명 규모 글로벌 사용자에게 순차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구글 발표 직전 오픈AI도 비영어 처리 성능을 높이고 실시간 음성 대화도 가능한 신형 AI 모델 ‘GPT-4o’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16일부터 17일까지 국내에서 ‘AWS 서밋 서울’을 개최해 AI 활용 기업 고객 사례와 자사 지원 방안을 제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빙 검색과 윈도, 오피스,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모든 업무 솔루션에 생성 AI ‘코파일럿’을 적용했고, 이달 21일(현지시간) ‘빌드’를 통해 후속 전략을 공개한다. 주가가 전 고점(950달러)에 다시 다가가고 있는 엔비디아는 회계 1분기(2~4월) 실적을 22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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