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대형 시중은행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내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이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하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의향서를 전달하며 설립 동참을 공식화했다. 이들이 추진 중인 ‘KCD뱅크’가 소상공인 전문은행이라는 데서 뜻이 같아 참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과 KCD의 인연은 8년 전인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CD는 창업 직후 우리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위비핀테크랩(우리 디노랩 전신)’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020년에는 우리은행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해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비대면 대출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모두 4곳이다. ▲소소뱅크 ▲KCD뱅크 ▲유뱅크 ▲더존뱅크 등으로 모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주 고객층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달 초 신한은행은 우리은행보다 먼저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며 제4인뱅 설립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이 없다. 가장 늦게 출범한 컨소시엄이지만, 시중은행의 참여는 처음이라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현대해상,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렌딧, 트래블월렛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유뱅크(U-Bank)’가 가장 설립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현대해상 덕분에 자본금 확보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대형 시중은행이 참전을 선언하자, 인터넷은행 설립 ‘3수’ 중인 현대해상이 참여한 유뱅크 컨소시엄은 다소 관심이 사그라든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의 주주인 우리은행이 KCD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자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우리은행 측은 “두 은행의 방향성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반등을 위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이 있지 않았겠냐”면서도 “각자 자신들의 인터넷은행이 얼마나 특색있는지, 이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건지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들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시중은행과 손을 잡아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기본조건인 ‘자금조달 적정성’ 충족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설립될 때도 대형 시중은행이 지분을 투자하거나 직원을 파견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설립에 각각 참여했다. 하나은행은 토스뱅크에 지분을 투자함으로써 설립에 힘을 보탰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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