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4조 증가
세제 혜택 확대 등 영향
수익률 두 자릿수 성과
장기수익률 1%대 탈출
국내 5대 은행의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이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4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IRP의 세제 혜택이 확대된 가운데 은행들이 퇴직연금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며 고객을 적극 유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이 맞물려 증시가 반등하자 IRP의 수익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IRP 적립금은 올 1분기 말 기준 49조885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1396억원(9.04%)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조9360억원(28.1%)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만 최근 한 해 증가분의 40%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IRP는 퇴직연금 제도의 한 유형이다. 일반 근로자뿐 아니라 공무원·군인 등 직역연금 가입자를 포함해 소득 있는 모든 개인이 가입할 수 있다. 연간 납입액 900만원까지 13.2%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RP의 세액공제 한도가 기존 700만원에서 지난해부터 900만원으로 확대돼 ‘세테크’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IRP 적립금이 지난 1분기 말 13조7851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8.2% 늘어나며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13조4864억원으로 7.3% 증가하며 국민은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하나은행은 10조4298억원으로 우리은행은 7조8036억원으로 각각 9.7%, 10.8% 늘었다. 농협은행도 4조4073억원으로 13.3% 증가했다.
은행들의 IRP 계좌로 고객 자금이 대거 유입된 가운데 올 1분기 수익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제 5대 은행의 IRP 원금 보장형과 비보장형의 직전 1년 평균 운용 수익률은 각각 3.54%, 13.55%로 집계됐다.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 힘입어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돼 국내 증시가 반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증시도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수익률도 물가상승률(지난달 2.9%)을 웃도는 수준을 보이면서 선방했다. 5대 은행의 IRP 원금 비보장형의 5년 평균 장기수익률은 3.97%를 기록했다. 그동안 5년 평균 수익률이 0~1%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부터 IRP 수수료에 운용 성과를 연동하는 제도를 시행한 만큼 은행들이 수익률 제고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지난달 운용 손익을 고려한 수수료 부과 기준을 마련해 퇴직연금 계약 약관을 일제히 개정했다. 은행들이 자체 설정한 기준지표에 운용 수익률이 미달할 경우 수수료를 덜 받는 방향이다.
은행들로써는 비이자이익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지 않도록 퇴직연금 수익률 관리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무엇보다 퇴직연금 제도 중 IRP 시장의 성장세가 유독 가파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은행들의 고객 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82조원으로 집계됐다. 10년 후에는 940조원으로 약 2.5배 성장할 것으로 한투운용 측은 내다봤다.
제도별로 보면 확정급여형(DB)이 1.9배, 확정기여형(DC)이 2.6배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IRP가 3.8배 확대되면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앞으로 고연령층의 이직자와 은퇴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IRP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보일 것이란 분석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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