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11번가 매각전이 쉽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달로 예정됐던 잠재 인수 후보자 대상 투자설명서(IM) 배포 일정이 최근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자마자 국내 유통 대기업부터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까지 다방면 접촉을 이어온 것과 대조된다.
11번가 수익성 개선이 FI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돈을 버는 회사로서의 가치를 우선 증명해 매각 가능성 자체를 올리겠다는 판단에서다. 11번가는 작년에 이어 올해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이커머스의 핵심으로 불리는 물류센터마저도 축소하는 등 운영 효율화에 나선 상황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2대 주주인 나일홀딩스(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는 최근 11번가 경영권 매각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이로써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 등 매각 주관사들이 예정했던 IM 배포 등 절차도 동시에 멈췄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는 앞서 늦어도 이달 중 IM 배포를 예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PEF 운용사 등 잠재 인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한 것은 물론, 지난 2월 신세계, CJ, 롯데 등 국내 유통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각 개요가 담긴 티저레터 발송도 마쳤다.
적극적인 인수 후보자가 없는 것은 물론, 매각 측과 잠재 인수 후보 측 간 몸값 간극마저 발생한 게 나일홀딩스의 일정 연기 결정으로 이어졌다. 나일홀딩스는 11번가 지분 100% 매각가로 최소 5000억원에서 많게는 6000억원까지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0억원은 나일홀딩스가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최소 몸값으로 통한다. 나일홀딩스는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 그리고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이 11번가 투자를 위해 조성한 컨소시엄으로 지난 2018년 2조7500억원 기업가치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초 나일홀딩스는 11번가 상장에 맞춰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는 방침이었지만, 상장이 불발됐다. 쿠팡의 독주 속 이커머스 시장 경쟁 심화로 11번가는 지난해만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11번가 모회사인 SK스퀘어마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매각만이 회수 수단이 됐다.
나일홀딩스는 11번가의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하는 시점을 기다린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성만 증명하면 5000억원 수준 몸값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말에 이어 올해 재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작년 오픈마켓 부문에서 월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흑자를 내기도 했다.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상장 전 외형 확장 수단으로 꺼냈던 직매입 사업 축소가 핵심이다. 직매입은 상품 판매 수수료가 매출인 오픈마켓과 달리 물건값이 곧 매출이 되는 장점이 있지만, 물류망 구축에 큰돈이 든다. 쿠팡의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이 직매입이다.
실제 11번가는 물류센터마저 줄이고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1년 말 경기도 파주시에 신설했던 물류센터의 문을 닫았다. 해당 물류센터는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 직구 포털’로 변신한 이후 처음으로 확장한 핵심 센터로 유통업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나일홀딩스는 수익성 제고 후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수익성 제고라는 방침 자체가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진출이 이어지면서 11번가의 오픈마켓 경쟁력마저 약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 FI들은 최근 오픈마켓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5000억원 몸값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현금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그 안에 매각이 이뤄질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1번가는 2020년 98억원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258억원으로 전년 1515억원 대비 줄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038억원에서 1313억원으로 늘었다. 2018년 1조원을 넘었던 자산은 6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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