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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홍삼 방송 탔어?”
친구들 사이에서 ‘중고거래의 달인’으로 통하는 K가 오랜만에 잠들어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을 깨웠습니다. 결혼 8년차인 K는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중고거래에 재미를 붙였다고 해요.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장난감이나 그림책처럼 부피는 큰데 교체 주기가 짧은 육아템의 경우 새 제품을 고집하기 보다 중고거래를 활용하는 게 이익이라는 거죠. 급한 경우가 아니면 중고거래 플랫폼의 ‘키워드 등록’ 기능을 이용해 필요한 제품이 올라왔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설정해 두고, 선물 받은 제품도 향후 거래에 대비해 포장 패키지를 보관해 둔다는 K의 말에 친구들 모두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런 K가 “요 며칠새 플랫폼에 홍삼 세트가 도배되다시피 하는 게 이상하다”며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아무래도 육아로 바쁜 나머지 홍삼·비타민 같은 건강기능식품도 ‘당근’을 할 수 있다는 최신 뉴스를 놓친 모양이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부터 1년간 ‘건강기능식품 개인간 거래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은 판매업을 신고해야 건기식을 판매할 수 있고, 한 번 구입한 제품은 개인에게 되팔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고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안 먹는 건기식을 선물 받으면 처치 곤란’이라며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높아졌죠. 지난 1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가 식약처에 개인 간 소규모 건강기능식품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권고했고, 건기식의 안전과 유통 질서가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규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된 겁니다. 식약처는 향후 시범사업 성과를 분석해 국민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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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이라도 규제를 완전히 풀어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다양한 중고거래 플랫폼 중 ‘당근마켓’ ‘번개장터’ 두 곳에서만 건기식 사고 팔기가 가능한데요. 부적합 물품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과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중고나라’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건기식을 사고 파는 건 여전히 불법이란 얘깁니다. 거래할 제품은 반드시 뜯지 되지 않은 상태로 제품명은 물론 ‘건강기능식품’ 문구와 인증마크 등 제품의 표시사항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요. 소비기한은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합니다. 실온이나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제품만 거래 가능하다는 것도 기억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 냉장 보관해야 하는 제품은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거나 기능성분 함량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외했거든요. 영리 목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개인별 거래 가능 횟수도 연간 10회 이하, 누적 금액은 30만 원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해외 직구 또는 구매대행을 통해 국내에 반입한 식품 역시 거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K의 말을 듣고 오랜만에 플랫폼을 켜보니 아니나 다를까 각종 브랜드의 홍삼, 유산균 선물세트부터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기식이 매물로 올라와 있더라고요. 개인간 거래가 허용된 직후인 데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맞아 선물을 찾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거래가 더욱 활기를 띠는 듯 합니다. ‘미개봉 새상품’에 ‘네고 가능’ ‘가격 내림’이란 문구까지 더해진 게시글에는 저도 모르게 손이 가더라고요. 하지만 소비기한은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탓인지 ‘해외직구’라고 버젓이 적혀있거나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죠. 똑같이 비타민으로 불리더라도 전부 건기식은 아닙니다. 제품에 따라 식품 또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만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기도 하거든요. 구분이 헷갈린다면 거래에 앞서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에서 검색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검색이 안된다면 등록되지 않은 상품이니 거래가 안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죠? 건강을 위해 챙겨먹는 건기식, 건강하게 당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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