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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의 금융의 창] 팬데믹 이후 ‘富의 양극화’ 명암

이투데이 조회수  

가천대 경제학과 겸임교수·금융의 창 대표

저소득층 재무건전성 악화 빨라져
불평등 확대되면 사회통합 깨뜨려
일자리 창출등 서민지원 강화해야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위해 취해진 초저금리 금융완화 기조하에서 부동산 가치가 급등하였다. 그와 동시에 가계 자산의 증가가 유난히 커 가계 순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팬데믹 기간에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가치가 많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 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코로나 이후라고 볼 수 있는 2023년을 비교하면 코로나 이전보다 전체 가계의 평균 순자산이 8260만 원 증가하고, 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0.9%포인트(p) 하락하였다.

하지만 가구 소득분위별 가계 순자산의 증가와 재무 건전성에는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소득분위가 클수록 즉, 소득이 높을수록 가계 순자산의 증가 폭이 크다. 1분위의 경우 3748만 원 증가에 그쳤지만, 5분위는 1분위보다 5배 이상 많은 1억 9874만 원 증가하였다. 위기를 겪을수록 ‘부(富)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상이 이번 팬데믹을 거치면서 다시 확인되었다.

그리고 일견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재무 건전성은 저소득층 가계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악화하고 있다. 가계 전체 평균 저축액 대비 부채비율이 소폭 상승한 가운데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의 경우 그 비율이 무려 6.5%p 상승하였다. 팬데믹 기간 저소득층 가계들의 경우 부채 사용이 쉽지 않아 저축을 우선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소득 증가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저소득계층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도 코로나 이전보다 증가하였는데, 특히 1분위의 경우 2.7%p 큰 폭 증가하였다. 소득이 높은 4분위, 5분위의 비율이 오히려 감소한 것과 대조가 된다.

종합하면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계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 가운데서도 저소득층 가계의 실질적인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으며, 그대로 두면 더욱 심화할 것이 틀림 없다. 향후 저성장 국면의 장기화로 불평등 문제가 더욱 확대되면 사회통합마저 크게 저해될 수 있다. 당연히 경기회복 못지않게 범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재무 문제는 가계부채보다 소득 증가와 자산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따라서 정책적 방향도 부채 탕감 등의 지원보다 소득을 증가하게 하고, 자산을 형성시키는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이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질소득 증가, 은퇴예정자의 정년 연장, 청년층과 여성 등 취약계층의 사회진입, 전월세 안정화 대책 등에 정책적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미분양 주택을 활용한 정부 보조 임대주택 제도를 활성화해 저소득층이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을 증대하고, 취약 서민들을 위한 세금 감면과 이자 보조 저축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자산 형성 지원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일시에 악화할 수 있음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화된 많은 사회적·경제적 상황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만일 실물자산의 가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면 순자산이 도로 큰 폭으로 감소하여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중산층 이하 계층의 재무 상태가 극도로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 위축된 서민금융 시장의 기능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제도권의 전통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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