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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이런데 찬물을 끼얹기도 참 곤란합니다.”
지난달 폴란드군 고위 장성들이 한국을 찾아 우리 군 무기 체계를 참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추가 수출 기대감에 방산 업계가 들썩였다. 군 소식통을 인용해 ‘K방산 잭팟 목전’ ‘수십 조 원 규모 2차 수출 계약 임박’류의 보도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금융권의 온도는 사뭇 달랐다. 계약 논의에 일찍부터 관여해온 금융권 고위 관계자 A 씨는 “이제 초기 논의 단계인데 한참 앞서나간 얘기들이 쏟아져나온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방산 업체와 폴란드가 “‘조건부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수출 계약은 맺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금융기관의 지원 방안이 6개월 내 마련돼야 한다는 꼬리표가 붙었다는 것이다. 지원안이 제때 나오지 않으면 계약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A 씨는 “이해관계자 간 제대로 합의된 금융 지원안이 하나도 없다”며 “방산 업체가 일방적으로 수출 계약을 맺어놓고 ‘계약이 무산되게 생겼으니 얼른 돈을 지원해야 한다’며 생떼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 앞뒤가 바뀐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돈 쓰는 데 인색한 금융권의 볼멘소리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논의되는 계약들을 뜯어보면 계약 당사자 간 수출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한 건도 있다. 전체 계약 물량 중 현지 생산분을 어느 정도로 할지에 따라 수출 물량이 좌우되는데, 계약 당사자 간 현지 생산 규모를 아직 조율하지 못한 것이다. 계약 논의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하다며 은행 문을 두드려놓고서는 정작 얼마가 필요한지 말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본계약이 지연될수록 금융권의 지지부진한 일 처리를 겨눈 날 선 목소리는 점점 커질 테다. 하지만 대출 심사의 기본 절차와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곳에 금융권이 돈을 내주는 게 적절할지 의문이다. 금융권이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는 까닭은 돈이 허투루 쓰이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방산 수출은 필요한 일이지만 ‘잭팟’에 눈이 멀어 서두를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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