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국내 새 시중은행이 탄생했다.
DGB대구은행이 16일 전환 인가를 받으면서 지방은행에서 탈바꿈한 첫 번째 은행이자, 7번째 시중은행이 됐다. ‘아이엠(iM)뱅크’로 새롭게 출범하는 대구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은 굳건한 5대 은행 과점체제를 흔들 ‘메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첫발을 뗀 것일 뿐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더 많다고 지적한다. 형님 은행들과 ‘체격 차’를 좁히기 위한 여·수신 포트폴리오 강화뿐 아니라 디지털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 은행과의 경쟁도 녹록지 않다. 대구은행은 비대면 영업·기업 대출강화, 다양한 협력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2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지 3개월 만이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새롭게 진출하는 영업구역 중심으로 은행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서 32년 만에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시중은행은 전국 점포망을 가진 상업은행을 뜻한다.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SC제일, 한국씨티 등 6곳이 있다.
금융당국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인가요건에 대해 검토했다. 인가 요건은 자본금(자금조달방안), 대주주(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내부통제체계 적정성 등)의 타당성, 임원,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등의 적절성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중은행 전환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의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 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을 모두 충족한 상태여서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올 3월 말 기준 7006억원이다. 대구은행 지분은 DGB금융지주가 100% 보유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지분은 국민연금공단이 7.78%, OK저축은행 9.55%, 우리사주 3.92%, 삼성생명이 3.35% 등을 갖고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도 걸리지 않는다.
이날 금융당국의 인가가 나면 대구은행은 바로 시중은행으로써 영업할 수 있다. 은행 내부 정관 변경 및 이사회 일정 등을 고려해 6월부터 시중은행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줄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이 되더라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기존 4대 은행과 ‘체급 차’가 가장 큰 배경이다.
대구은행의 1분기 기준 총자본은 4조9857억원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KB국민은행 35조5198억원의 7분의 1, 가장 적은 우리은행의 26조2090억원과 비교해도 5분의 1 수준이다.
디지털 경쟁력을 내세운 인터넷은행과의 경쟁도 녹록지 않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112억원을 기록했다. 대구은행의 1195억원과 별 차이 없다. 오히려 BNK경남은행 1012억원, 광주은행 731억원, 전북은행 508억원보다 앞선 수치.
비대면 영업 경쟁력을 앞세워 여·수신을 빠르게 확대해 가고 있는 인터넷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접근성·비용 효율성과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뉴 하이브리드 뱅크(New Hybrid Bank)를 내세우고자 한다”며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브랜드 위상 강화 등 은행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자체 앱 고도화와 외부 플랫폼과 제휴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해 낮은 금리 상품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여신 확대에도 나선다. 기업금융 영업 전문가(PRM) 대규모 채용으로 중신용 중소기업와 개인사업자에 대한 여신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으로서 대구·경북권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도 확대한다.
황병우 은행장은 “지난 57년간 축적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하고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며 “DGB대구은행은 확고한 건전성과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은행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금융시장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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